[고양=뉴스핌] 남정훈 기자 = KT의 루키 가드 강성욱이 코트 위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키워가며, '전설'로 불렸던 아버지의 이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강성욱은 16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프로농구 정규리그 고양 소노와의 원정경기에서 31분 25초를 소화하며 11득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공격과 수비, 경기 운영 전반에서 고른 활약을 펼친 그는 팀의 86-85 짜릿한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강성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신인이다. 지난달 14일 2025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지명되며 KT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이후 출전 기회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주전 가드 김선형이 장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자연스럽게 강성욱에게 더 많은 책임이 주어졌다. 그는 현재까지 6경기에 출전해 평균 20분 31초를 뛰며 8.2득점, 4.0어시스트, 2.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경기마다 성장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경기에서도 개인 기록 면에서 의미 있는 장면이 많았다. 득점은 이달 5일 서울 삼성전에서 기록한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12점)에 단 1점이 모자랐고,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는 데뷔 후 가장 많은 수치를 찍었다.
문경은 KT 감독 역시 강성욱의 빠른 성장세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최근 경기들을 보면 이제 강성욱이 주전 가드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될 것 같다"라며 "자신감이 눈에 띄게 올라왔고, 코치진 역시 많은 믿음을 보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 감독은 "김선형이 부상에서 돌아오더라도 공백 기간이 길었던 만큼, 복귀 직후에는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그동안은 강성욱이 메인 가드이자 볼 핸들러 역할을 맡아줘야 할 것 같다. 이후에도 출전 시간을 잘 분배해 가며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성욱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감독님의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면서도 "하지만 (김)선형이 형은 워낙 잘하는 선수고, 나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들어가면 미리 플레이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김)선형이 형이 먼저 코트에 들어가서 경기를 이끄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마지막 공격이었다. 4쿼터 종료 1.4초를 남기고 85-85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강성욱은 혼전 속에서도 침착하게 인바운드 패스를 연결했다. 정확하게 투입된 볼은 하윤기의 득점 시도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하윤기가 파울을 얻어내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극적인 역전 결승점을 만들었다.
이 장면에 대해 문경은 감독은 전술적인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문정현의 컷인으로 파울을 얻어내려 했는데, 그 순간 하윤기가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고 강성욱이 그걸 정확하게 읽어 패스를 넣어줬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결정적인 순간에 강성욱이 정말 잘해줬다"라고 다시 한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작 강성욱 본인은 해당 장면이 계획된 플레이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문)정현이 형 찬스를 보려고 했는데 각이 나오지 않았다"라며 "그러다 보니 (하)윤기 형과 눈이 마주쳤고, 바로 띄워야겠다고 판단했다. 미리 준비된 패턴이라기보다는 순간적인 선택이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프로 무대에서 1번 가드로 뛰며 시야가 넓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처음 프로에서 뛰었을 때는 확실히 시야가 좁다고 느꼈다"라며 "하지만 경기를 하나씩 치르면서 여유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도 많아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오늘 경기는 미스가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60점 정도 주고 싶다"라며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한편, 올해 신인 가운데 안성우, 강지훈, 강성욱은 모두 '농구인 2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강성욱은 선수 시절 프로농구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명성을 떨쳤던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의 아들이다.
강성욱은 이에 대해 "드래프트 때도 말했지만, 나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가드가 되고 싶다"라며 "경기를 거듭할수록 내가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물론 '강동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면서도 "아버지는 항상 나에게 '강동희 아들 강성욱이 아니라, 강성욱 아빠 강동희로 기억될 수 있게 농구를 하라'고 말씀하신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그런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며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걷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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