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7일 중국 공군 정예부대인 제1항공여단 소속 5세대 전투기 J(殲·젠)-20이 대한해협 동수로를 통과했지만,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이 알아차리지 못 했다.”
지난 7월 말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해당 보도에 중국 정부는 이렇다 할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보도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전략이었는데, 이는 암묵적으로 한·일 방공망을 뚫었다는 걸 시사하면서 미국도 중국의 J-20 비행을 눈치채지 못 했다는 점을 알리는 효과도 있었다. 중국은 기세를 몰아 전승절(戰勝節·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 열병식(9월 3일), 창춘(長春) 에어쇼(9월 20일) 등에서 주력 스텔스기인 J-20·J-35를 잇따라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스텔스기 굴기’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 군의 장거리 레이더(고정식)는 도입한 지 최대 40년이 돼 노안(老眼)에 가깝다. 현용 레이더는 매년 100~200시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데다 스텔스기를 잡을 전용 레이더는 기술 개발의 한계 등으로 도입 계획 자체가 미정이다.
J-20, 안 띄웠나 못 잡았나

이런 지적은 23일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에게 “(중국 측 주장대로)대한해협 동수로는 우리 관할 구역은 아니지만, 영공에서 20㎞ 남짓 가까운 곳인데 1,2분 이내에 적기가 들어올 수 있는 상황도 모르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손 총장은 이에 “비행 날짜가 특정되지 않아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 “J-20이 왔다는 명확한 근거도 확인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SCMP 보도에 대한 공군의 공식 입장은 “대한해협 동수로는 작전 구역인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바깥 지역”이란 것이다. 요는 관할 구역이 아니라 탐지를 했든 못 했든 평가를 밝힐 수 없다는 얘기다. 또 공군은 “최근 3년 간 J-20이 KADIZ를 드나든 흔적은 없다”(임종득 의원실 답변 자료)고도 했다. 이는 J-20이 적어도 KADIZ를 관통해 대한해협 동수로를 통과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7월 27일 전후로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데이터 상 J-20의 항적은 잡히지 않았다. 만약 KADIZ를 통과하지 않고 중국 전투기가 대한해협 동수로로 가려면 비행 거리가 늘어 나는 만큼 공중 급유가 불가피할 수 있다. 군의 반응을 보면 7월 27일을 전후해 이런 정황도 한·미의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J-20를 한·미·일이 못 잡은 게 아니라, 중국이 장소·시기를 기만했거나 아예 안 띄웠을 가능성도 군이 배제하지 않는 이유다.
김정은도 탐내는 스텔스기...한반도 상공 각축장 되나

다만 이 자체가 중국의 스텔스 전력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방정보본부는 9월 3일 중국 전승절에서 인민해방군이 공개한 무기 가운데 J-35 스텔스기와 FH-97 무인기 등을 주요 신 무기로 평가했다. 북·중·러 간 반미 연대가 공고해진 가운데 최근 공군력 강화에 주력하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최신 스텔스기 관련 기술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항공 전문 소셜미디어인 에비에이션리뷰머터리얼스 등에 따르면 중국이나 러시아 스텔스기의 성능은 아직 미국에 못 미친다. 현존 최강 스텔스기로 꼽히는 B-2 폭격기와 F-22 전투기의 레이더 반사 면적(RCS) 값은 0.0001㎡로 손톱 크기에 불과하다. RCS는 레이더의 전자기파를 쐈을 때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면적 값으로, 작을 수록 들킬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분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러시아의 Su-57는 0.5㎡, J-20는 0.01~0.05㎡ 정도다.
다만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만큼 열세는 단기간에 극복될 거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4월 중국 산시성 공군공학대 소속 연구진은 “미국의 F-22 전투기를 일반 전투기 수준인 RCS 6㎡ 크기로 잡아낼 수 있는 레이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군의 스텔스기를 잡기 위한 전용 레이더인 ‘지능형 저피탐항체 레이더’는 소요 기획을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무기 체계 도입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은 국감 답변서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통합 소요 기획 대상 전력 선정 여부를 검토 중인 단계”라면서 “구체적인 도입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합참 차원의 소요 제기가 되더라도 사업 타당성 검토와 연구 개발 등을 거치면 10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노안'으로 스텔스 찾기…2029년까지 업그레이드

공군에 따르면 고정식 장거리 레이더(총 12대) 등 우리 군이 현재 보유한 감시 자산으로도 주변국 스텔스기 탐지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모드에 따라 민감도를 높이면 철새 떼까지 추적이 가능하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모든 레이더를 스텔스기를 잡아내기 위한 용도로만 운용할 수는 없기에 결국 전용 레이더 도입은 필요하다.
더구나 현용 장거리레이더 총 12대 가운데 8대(FPS-117K)는 1987년~92년 도입, 40년 가까이 돼 노후화 문제가 있다. 나머지 4대(FPS-117E1)도 20년이 넘었다(2004년부터 도입). 이들 레이더의 고장·중단 문제는 매해 국정감사의 단골 지적 사항이었다.
공군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FPS-117K는 10차례 고장을 일으켜 100여시간, 117E1도 10여차례 고장으로 90여 시간 가동이 중단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2029년까지 260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노후 레이더의 성능 개량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단 사업이 완료될 때까진 ‘어두운 눈’으로 주변국의 스텔스기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셈이다.


![[사설] 중국의 서해공정, 해양주권 차원서 대응해야](https://img.joongang.co.kr/pubimg/share/ja-opengraph-img.png)


![[사설] 中 서해 구조물에 잠수부까지 등장, 비례대응 나서야](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0/23/20251023520188.jpg)
![[2025 국감] 한전 vs 한수원 'UAE 원전 분쟁'…핵심기술 해외유출 의혹](https://img.newspim.com/news/2025/10/24/251024162618655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