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제사는 잊지 말아라
조금씩 몸피 줄이시는 어머니
바람에 몸 널어 말리시고
동안거에 드셨다
<감상> 매장이나 화장 등과는 달리 풍장은 인위(人爲)의 가담이 전혀 없는 장례문화인 것이 그 특징입니다. 시인이 그것을 의식하고 시를 쓴 것은 아니겠지만 어머니가 죽음을 맞는 과정이 풍장처럼 아주 순조롭고 자연스럽습니다. 아비 제사는 잊지 말라는 유언을 통해 먼저 간 지아비에 대한 아내의 도리를 다하고, 억지스럽지 않게 ‘조금씩’ 몸피를 줄이고, 요양원의 신세를 지지 않고 바람에 몸 널어 한 생을 마감합니다. 죽음을 동안거에 드셨다 하니 순명(順命)을 다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는 평안이 보입니다.
눈 쌓인 한겨울 덕장에 걸린 명태에서 시인은 어머니의 일생을 절묘하게 읽어냅니다. 시인이 읽어낸 어머니의 모습은 희생과 지혜를 미덕으로 한 한국의 전통적 여인상, 현모양처의 전형입니다. ‘아비 제사는 잊지 말라’는 유언이 왜 이렇듯 처연하게 들릴까요? 덕장에서 몸 말린 황태가 제수 음식으로 오르듯 자신의 몸을 제사상에 올리겠다는 살신공양의 마음가짐이 얼비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