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국민참여예산 갈수록 쪼그라들더니…사문화 위기

2024-10-25

[비즈한국] 나라 살림을 짜는 과정에 국민들이 함께 하는 ‘국민참여예산제도’에 편성되는 예산이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사실상 제도 자체가 사문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국민참여예산제도에 따른 예산이 시행 첫해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감소한 때문이다.

예산 배정이 급격히 감소하자 참여하는 국민들마저 줄면서 이러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자칫 예산 편성과 집행의 효율성만 따지다가 국가 예산에 정작 국민들의 목소리는 배제된 체 몸집이 큰 이익단체의 목소리만 반영되는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2017년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정부는 예산과정의 투명성과 예산과정에의 국민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제16조 4항)]는 내용에 따라 ‘국민참여예산제도’를 만들었다. 국민들이 예산 과정에 직접 참여해서 사업을 제안하고 심사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국민참여예산제도는 국민 제안을 부처가 적격성 검사를 거치거나, 부처 사업요구에 대해 예산국민참여단이 검토를 거쳐 선호도 투표를 하는 ‘제안형’과 국가 재정 주요 현안에 국민이 참여하는 토론을 거쳐 예산을 편성하는 ‘토론형’으로 구성됐다. 국민참여예산제도는 시작과 동시에 국민들이 사업을 제시하는 제안형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국민참여예산제도의 예산규모도 크게 늘어나는 등 인기를 끌었지만 2023년부터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국민참여예산제도 적용 사업과 예산은 제도가 처음 시작된 2018년 6개 사업에 422억 원이 편성됐으며 다음 해인 2019년에는 38개 사업에 예산도 928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2020년에는 38개 사업에 적용 예산이 1057억 원을 기록하며 1000억 원대를 넘어섰다. 2021년에는 사업 수가 63개까지 늘어나면서 예산도 1168억 원으로 증가했고, 2022년에는 71개 사업에 예산은 1429억 원까지 늘어나 1500억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2023년에 사업 수가 51개로 줄어들면서 예산도 500억 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줄어 사업 수는 13개에 그쳤고, 예산은 170억에 불과했다. 사업 시작 6년 만에 국민이 참여하는 예산이 첫해의 반 토막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국민참여예산제도로 진행된 사업은 고용노동부의 국가 자격 시험장 확충과 청년 직업 체험 방식 다변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소외지역 소프트웨어 교육지원 강화, 교육부 학생성장지원 실태조사, 경찰청 고위험 범죄피해자 민간경호서비스 지원 등 일반 국민이 아니면 생각해내기 힘든 사업들이었다. 이들 사업의 예산 평균 집행률은 93.1%로 호응도 적지 않았다. 특히 경찰청의 고위험 범죄피해자 민간경호서비스 지원의 경우 예산은 7억 원이 배정됐지만 실제 집행액은 7억 2300만 원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국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배정되는 예산이 급감하면서 국민들의 참여도 식어가고 있다. 2019년 1206건이었던 국민 제안은 2020년 1399건, 2021년 1164건, 2022년 1589건으로 소폭 늘어나다 2023년 2043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2023년 적용 사업 수가 51개로 줄어들자 올해 국민 제안은 1191건으로 감소했다. 국민들이 제출한 제안에 대해 부처가 적격으로 결정한 비율도 줄고 있다. 2021년 국민 제안 1164건 중 부처가 적격 결정을 한 건수는 145건으로 적격 비율이 12.5%이었지만, 2023년 국민 제안 2043건 중 적격 결정은 82개로 비율이 4.0%까지 급락했다.

올해도 부처의 적격 결정 비율은 7.0%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렇게 부처가 적격 판정을 한 사업들 가운데 실제 예산을 배정받는 비율도 하락했다. 올해 부처로부터 적격 결정을 받은 83개 사업 중에서 실제 예산을 받은 사업은 13개로 예산 반영률이 15.7%에 그쳤다. 이는 국민참여예산제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예산 반영률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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