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웃음으로

2025-06-02

“나는 웃을 수 없어서 웃기는 사람이 된 것뿐이야. 우스운 얘기지?”

오래전 내가 쓴 소설에서 개그맨이 된 남자는 이런 대사를 한다.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 사람의 안과 밖에서 웃음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아이러니였던 것 같다.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웃는 동물, 남을 웃기거나 다 같이 함께 웃는 인간에게 웃음이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고찰한 얇고 놀라운 책이 있다. 앙리 베르그송의 『웃음』이다. 비극에 대한 책들은 차고 넘치는 데 반해 희극에 대한 책이 극히 적은 이유는, 아마도 한바탕 웃고 나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웃음을 붙들고 사유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웃음은 무엇보다 긴장을 풀어주고 느긋하게 이완시켜주는 ‘해소’의 기능이 있다. 게다가 웃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준다. 방구석에서 혼자 웃으면 길게 웃지 못하지만, 여럿이 함께 웃을 때 웃음의 파도는 훨씬 오래 간다.

웃음은 언제 발생하는가? 바로 ‘방심할 때’이다. 방심은 뻣뻣하고 긴장된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는 뭔가에 사로잡혀 외부세계에 둔감하고, 그 때문에 어떤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버퍼링이 걸리듯 ‘웃기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희극적인 인물의 특징이랄 수 있는 ‘경직성’은 여기에 기인한다. 자기 세계에 사로잡힌 이상주의자들도 경직된 인물이겠지만, 과거의 가치관에 붙들려 여전히 그 방식을 고수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뻣뻣한 인물이다. 경직성은 웃음거리이며, 사회는 버벅거리는 그 모습을 보며 웃어버린다. 말하자면 이 사람을 향해 웃어줌으로써 ‘눈치 챙겨!’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셈이다. 대선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페이지가 넘어가는 이 시기에 우리는 누구를 향해 반향이 있는 웃음을 보내게 될까? 여전히 낡은 세계에 사로잡힌 사람들, 자기만의 유령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커다란 웃음으로 뻣뻣한 세계를 물리치고 새로운 날이 도래하기를 기다려본다.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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