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갑차 올라 '바이올린 시위'…평화활동가 유죄로 뒤집혔다

2024-10-22

무기 박람회에서 반전 시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평화 활동가들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 심준보)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비폭력·반전(反戰) 시민단체 ‘전쟁없는 세상’ 소속 이모씨 등 8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50만원을 지난 10일 선고했다. 박모씨 등 2명에 대해선 벌금 50만원의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이씨 등은 지난 2022년 9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2022’ 전시장에 전시된 전차와 장갑차 위로 올라가 약 5분간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현수막을 펼쳐 “전쟁 장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반복해 외치는 등 행사 주최 측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1심은 지난해 11월 이씨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 등이 행사 관계자나 관람객에게 위협적인 언동을 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악기 연주 및 구호 제창을 마친 뒤엔 관계자 측 요청에 따라 경찰관이 출동할 때까지 기다린 점 등이 고려됐다. 이들이 다른 관람객처럼 입장권을 사서 전시장에 들어온 점, 당시 전시장엔 관람객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으며 정숙한 분위기가 아니었던 점 등도 근거가 됐다.

1심은 “이씨 등이 전시장 측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려는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라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는 실제 업무방해가 이뤄졌는지와 별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씨 등의 행위로 전시회 운영 관련 업무가 방해될 위험성이 있다면 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항소심은 이씨 등이 행사 관계자의 제지에도 약 1분간 악기 연주를 계속한 점과 안전사고 및 전시 장비 파손 우려가 있었다는 행사 관계자의 진술, 전시장 내 소란을 발생시켜 행사 관계자 및 전시회 참여업체 등의 불편을 발생시킨 점 등을 지적했다. 다만 “범행 동기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고인들이 위력을 행사한 시간이 길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유죄 판결에 평화 활동가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소송을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비폭력적 퍼포먼스나 노동 쟁의에까지 업무방해죄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상급심(상고심)의 판단을 받아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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