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박자 빠르게 심장이 콩콩…나도 혹시 ‘조기박동’일까

2025-01-17

오일영의 즐거운 건강

외래로 처음 오시는 분들의 상당수가 건강검진 때 시행한 심전도 이상으로 방문을 한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부정맥이 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언젠가 한 번은 느꼈던 두근거림, 어지럼증이 모두 부정맥 때문이었다고 믿고 수많은 걱정을 하다가 외래 진료를 온다. 부정맥은 그 이름에 매우 부정적인 느낌이 있고, 급사·심정지 등이 연상이 되면서 매우 위험한 것 같지만 대부분 조금 불편하거나 심지어 증상이 거의 없는 안전한 질환이다.

부정맥, 심장 맥박과 관련된 질환

대한부정맥학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부정맥이라는 용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아직까지 적절한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에 예과 학생들과 한 학기 동안 의학연구의 실제라는 과목에서 부정맥 용어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대체 용어를 찾는 연구(첫번째 그래픽 참고)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 학생들과 찾았던 단어가 ‘들쑹하다’였다. 이 단어의 뜻은 큰 물체 따위가 조금 솟아 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여 고르지 못하다는 뜻이다. 부정맥은 심장의 맥박이 빠르거나 느리거나 규칙적이지 않은 모든 것을 말하니, 부정맥을 들쑹맥이라고 하면 딱 정확한 표현이기는 하다.

부정맥을 단순히 분류하면 ①불편한 ②위험한 ③뇌졸중 부정맥으로 나눌 수 있다. 검진에서 발견되는 부정맥은 대개 불편한 부정맥 중 하나인 조기박동(혹은 조기수축, 두번째 그래픽 파랑 하트)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심장에는 방이 4개(2개의 심장과 2개의 심실)가 있는데, 발생 위치에 따라서 심방 조기박동, 심실 조기박동으로 나뉜다. 말 그대로 정박이 아닌 엇박이 생기면서 반 박자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이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라고 물으면, 오히려 부정맥의 증상이 무엇인지 되묻는 분이 있다. 평상시 큰 불편이 없었기에 오히려 그 증상을 물어보시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럼 “불편한 분들은 저에게 증상을 묻지 않으시고 그냥 불편함을 얘기하십니다. 저에게 증상을 물어 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는 것”이라고 설명을 드린다. 반 박자 빠른 맥으로 인해 뒤 따른 맥은 반박자가 느리게 나오게 된다. 본인 맥박을 측정할 줄 아는 분들은 갑자기 맥이 한 번 빠진다고 말한다. 예민한 분들은 이 때 두근거림을 호소하는데, 이는 반 박자 느리게 나오는 심장수축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피를 강하게 박출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다.

증상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 왜 생기는지 질문을 받곤 한다. 보통 얼굴에 점(모반)에 비유하며 설명을 드린다. 하루에 심장이 대략 10만 번 대부분 정박으로 뛰는데, 가끔 엇박으로 뛰는 것이 조기박동이다. 얼굴이 대부분 깨끗하지만 일부분에서는 점 같이 까만 부분이 있다고. 이게 정상은 아니지만 병이라고 생각 하지 않듯이 조기박동도 정박은 아니기에 조기박동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부정맥 쉽게 풀어 쓰면 ‘들쑹맥’

또 대부분 점이 왜 생기는지 잘 모르듯이 그 원인을 꼭 알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린다. 치료도 비슷해서 점도 미용적인 목적으로 치료하거나 일부에서는 흑색종 등과 감별이 필요해서 조직검사도 하고 치료도 하듯이 조기박동도 환자분이 불편함이 큰 경우 약물 치료를 하고, 일부에서는 매우 빈도가 많고 심부전과 동반이 될 경우 여러 검사를 시행해서 약물적 혹은 시술을 한다. 하지만 얼굴의 점이 악성인 경우가 드물듯이 이 경우도 대부분은 경미한 불편감이 다이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린다.

부정맥이라는 진단을 들었다면 그 중 어떤 부정맥인지 아는 것이 필요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부정맥이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다. 위험하지 않은 부정맥일지라도 심혈관계 위험인자들-고혈압, 당뇨,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등-이 동반되어 있다면 질환의 악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치료받고 있는 병원의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다음 시간에는 위험한 부정맥, 뇌졸중 부정맥에 대해서도 다뤄보겠다.

오일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부정맥 중재시술 인증의로 부정맥 환자 시술 및 치료에 15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한부정맥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재무이사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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