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복지다⑭]‘퍼스트무버’ 공언 현대차그룹…채용 문화 선도한다

2024-06-30

3년간 8만명 직접 고용 예정…기업 1개 규모

부품산업 고용 유발 등 19.8만명 일자리 창출 예상

고령인력 재고용·중장년층 선발 등 사회적 역할 ‘선도’

흔히 ‘일자리가 복지’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없다면 인간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시대엔 더욱 그러하다. AI(인공지능)와 로봇,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자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연중 기획으로 일자리 문제를 재조명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노멀(새로운 기준)’ 시대를 맞아 일자리 변화를 들여다보고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8만명.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힌 규모다. 이는 현대차의 전체 직원 수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2023년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차의 직원수는 7만3502명이다. 단 3년 만에 굴지의 기업 1개 규모의 채용을 실시하겠다는 것. 부품 협력사, 철강사 등을 고려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채용이 주목받는 건 규모뿐만이 아니다. 노동 인력의 고령화가 현실화하자 고령인력 재고용, 중장년층 선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퍼스트무버’를 넘어, 일자리 문화도 선도하는 ‘1등’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고, 68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장기적 고용·투자 계획 발표는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대다수 기업이 경영 환경 악화 등으로 최근 채용계획 규모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인 이상 종사자 사업체의 올해 2~3분기(4~9월) 채용계획 인원은 52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1%(4만6000명) 감소한 수치다.

현대차그룹은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채용 실시를 결정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주요 그룹사 주가가 역대 최고가에 근접하자, 주주들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청사진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이에 부응해 그룹사 주주총회 마무리 시점에 그룹의 종합적인 방향성과 성장의지 등을 전달했다.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본질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요 그룹사의 밸류 제고에 나선 것.

세부적으로 현대차그룹은 ▲미래 신사업 추진 ▲사업확대·경쟁력 강화 ▲고령인력 재고용 등 세 부문에서 8만명을 채용한다. 3년 동안 매년 평균 2만7000명 가량을 채용하는 셈이다.

첫째로, 미래 신사업 추진을 위해 4만4000명을 신규 채용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탄소중립 실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 등의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전동화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은 EV 라인업 확대, 국내 EV 전용공장 건설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EV 라인업을 31종으로 늘리고,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151만대(수출 92만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형 EV 및 EV 전용 부품·모듈 연구개발은 물론 혁신 EV 제조 기술 개발, EV 전용공장 건설, EV 생산을 위한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한다.

SDV 분야에서는 고객들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된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의 자유와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대전환한다는 목표다. 축적한 이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분야와 접목하기 위한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사업장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등 ‘탄소중립 실현’ 목표에 따라 수소 사업, 자원 재활용 등 인력을 추가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GBC 프로젝트, 친환경·스마트 건설 기술 개발, 소형모듈원전 등 차세대 원전 사업, 신소재 활용 강판 개발, 스마트물류 솔루션 사업 등에도 신규 채용이 이뤄진다.

둘째로 ▲사업확대·경쟁력 강화를 위해 2만3000명을 새로 고용한다.

현대차·기아는 경쟁력 있는 신규 차종 개발, 품질·안전 관리 강화, 글로벌 사업 다각화, 브랜드 가치 증대를 위한 인원을 확충한다.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다사양 다차종 개발을 위해 현대차·기아는 제품기획, 제품개발, 구매, 품질 등 차량 개발 전 단계에 걸쳐 역량을 강화한다. 질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판매 관리 체계도 고도화한다.

현대모비스 등 부품 그룹사들은 고품질의 부품·모듈 개발과 A/S 사업 강화에 힘을 쏟는 한편, 글로벌 주요 완성차 메이커 부품 수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부품 그룹사들은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전장 부품, 전기차용 등속조인트 및 시트 등 주요 부품에 대한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메이커들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건설 등 건설 그룹사들은 국내외에서 수주한 건설·토목 프로젝트 수행 및 신규 프로젝트 수주 등을 추진한다. 울산 에쓰오일 국내 최대 석유화학 설비공사 ‘샤힌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현대건설이 약 4조6천억원을 수주해 업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전국에서 주요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 금융, 물류, 철도·방산, IT 등의 그룹사도 핵심 사업 역량 강화, 글로벌 사업 확대 등에 인력을 보강한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 중 하나는 세 번째 채용 내용이다. 현대차그룹은 1만3000명에 달하는 ▲고령인력을 재고용한다.

현대차그룹 8개사는 노사 합의를 통해 ‘정년퇴직자 계속 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숙련기술을 보유한 생산부문 정년퇴직 대상자들이 퇴직 후에도 일정기간 근무할 수 있는 제도로, 고령자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직접 고용 외에도 퇴직자들의 재취업 및 사회 적응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7월 출범한 ‘굿잡 5060’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50~60대 중장년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정부, 공공기관, 사회적기업 등 민·관·사회적기업이 협력해 만든 국내 대표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굿잡 5060’은 지난 2022년 총 4091명의 지원자 중 심사를 거쳐 1001명을 선발한 바 있다. 참가자들은 평균 나이 55.4세, 평균 경력 24년의 은퇴 인력들로 기존 업무 전문성에 더해 ‘굿잡 5060’의 핵심역량 강화 교육, 인턴십, 취업 정보 세미나, 취업상담 등의 활동에 참여하며 다양한 업무역량을 추가로 확보했다.

당시 총 950명의 수료 인원 중 재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565명이었다. 취업률은 60%,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은 69%에 달한다. 교육 수료 후 취업까지 기간이 평균 3.8개월로 짧았을 뿐 아니라, 전체 취업자 중 85%가 단기적인 일자리가 아닌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상용직에 재취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굿잡 5060’은 중장년의 전문성과 경력 활용이 가능한 일자리를 연계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취업자 중 58%는 기존 경력을 활용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에 재취업했으며, 이 과정에서 청년기업들은 우수한 역량을 갖춘 중장년을 채용할 기회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중장년의 전문성을 활용한 기업의 지속 성장, 중장년과 청년기업의 세대 융합 및 동반 성장을 가능하게 해 새로운 중장년 일자리 모델을 제시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셈이다.

‘굿잡 5060’의 성과는 기업·정부·공공기관·사회적기업 간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공로를 인정받아, 글로벌 컨설팅 기관 ‘FSG’ 등에서 ‘집합적 임팩트’ 우수 사례로도 주목받은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의 대규모 고용 창출과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을 중심으로 미래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다양한 신사업은 물론 기존 핵심사업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으로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