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혜진 단장 "야외 오페라, 대중화에 뿌듯…공연에 게임도 녹이고파"

2024-07-01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의 대표적 성과를 꼽는다면 야외 오페라 흥행과 후원회 활성화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세종문화회관이란 공공기관이 해야 할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시민친화적인 야외 오페라와 최고의 스타를 섭외한 고급화 전략을 투 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이를위해 그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테너 이용훈, 안젤라 게오르규 등을 섭외하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 오페라단장실에서 만난 박혜진 오페라단 단장은 지난 2022년 취임 이후 달려온 3년을 돌아봤다. 예상과는 조금 다른 자리였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단원도 없었던 오페라단 운영을 그만의 방식으로 정착시켰다.

"오페라단 단장을 하게 되면 이건용 단장님부터, 선생님들이 많이 거쳐가신 자리라 막연히 좋은 자리라고만 생각했었어요. 단순히 캐스팅하고 인사만 잘 드리면 되는 자리가 아닐까,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모르고 와서 보니까 A부터 Z까지 일이 정말 많더라고요. 당황은 했지만 많은 일을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었어요. 정무적인 일이나, 오페라 제작에 관한 일도요. 성악가일 때는 무대 연출이나 세트, 조명에 관여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여기 와서 전에 가졌던 지식이나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서울시오페라단의 눈에 띄는 성과는 광화문 광장에서의 야외 오페라다. 2회 연속 치르면서 장벽이 높다는 오페라를 시민들과 가장 가깝게 호흡하게 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당초 한강 오페라를 희망했던 박 단장에게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광화문 광장 조성 이후 광장 오페라를 제안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저는 뉴욕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으니 센트럴 파크를 생각했어요. 나무도 많고 잔디밭에서 사람들이 앉아 오페라를 보실 줄 알았죠. 막상 완성되고 나니 나무가 없고 생각과는 좀 달랐어요. 하하. 전문가가 아닌 시민합창단과 공연을 한다는 것도 도전이었죠. 외국어로 하는 공연이고, 연습이 잘 될까 걱정이 있었고요. 그래도 정말 합창단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노래하기 좋아하는 민족이 없잖아요. 제 모교에 졸업생들끼리도 합창 활동을 열심히 하고, 연고전 때 발표도 하고 몇 십년을 해온 분들이 계셔서 제가 선전을 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같은 학번 동문들과 하고, 또 전직 스튜어디스 분들을 모셔서 이번에 하고 하니까 정말 좋아하셨죠. 우울증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정말 뿌듯해하시고 와서 제 손을 잡고 고마워하시는데 거기서 보람이 컸어요."

서울시오페라단의 야외 오페라는 제작과 창작 과정에도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양방향 소통을 이룬 클래식의 대중화 사례다. 박혜진 단장이 야외 오페라가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고 계속됐으면 하고 바라는 이유다.

"오히려 저도 감사했어요. 무대에 서 주시는 것도 시간을 할애해주시는 건데 노력하고 열정적으로 해주시고 너무 소중하게 자기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시간이라고 하시니까. 계속 3회 4회 계속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번에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세종에서 오페라단만 매번 썸머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수 없다. 다른 단체로 하고 싶어한다고요. 근데 서울시의회 의원님이 작년에 카르멘 보고 정말 감동을 받으셔서 직접 사업 발의를 해주셨어요.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통과돼서 가능했어요. 작년엔 시민 참여에 포커스를 뒀다면 이번엔 당연히 그렇게 하면서도 우리가 공공기관이고 서울시와 함께 하니까 환경 캠페인을 넣어서 후원 기업들이 또 참여해주시고. 감동적인 공연을 할 수 있었어요."

지난해 대극장 매진 기록을 쓴 테너 이용훈의 '투란도트'도 뚜렷이 각인돼 있다. 올해는 안젤라 게오르규의 '토스카'의 대극장 공연을 확정한 박 단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타 배우들의 섭외력을 또 한차례 인정받았다.

"게오르규가 이제 나이가 좀 있으셔도, '토스카'의 상징적인 인물이니까 한 번쯤은 우리나라에 와서 좋은 무대를 해주시면 참 좋을 거예요. 옛날에 연대에서 한번 '라보엠'을 하신 적은 있는데 정식으로 국내 극장에서 공연한 적은 없으시거든요. 이제 우리 나라 성악가들이 없으면 국제 무대의 공연이 안돌아간다는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토스카'의 거장도 우리 나라 무대에 선다는 게 참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다음엔 요나스 카우프만을 꼭 한번 모시고 싶어요.(웃음) 아쉽게 성사가 안됐죠."

박 단장은 올해 '토스카'도 지난해 매진을 기록한 '투란도트'만큼이나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킬 작품이 될 거라 예고했다.

"'토스카'는 정말 음악도 좋고 스토리도 굉장히 불타오르는 작품이에요. 이 안에는 잔인한 살인이나 강간도 있고 뜨거운 사랑도 있어서 12세 이상으로 정했어요. 중요한 장면들을 확실히 안 보여주기보다 뛰어내리는 장면도 스턴트맨을 써서 실감나게 해볼까. 확실한 임팩트와 감동이 있는 공연을 확실한 그런 어떤 임팩트가 있는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박혜진 단장이 늘 꿈꾸는 건 오페라와 패션, 게임 등 다른 장르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을 하는 일이다. 올해 1900년대 초반 국내 배경으로 각색했던 '라 트라비아타: 춘희'도 오페라와 한국의 이야기, 한복이 결합된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 됐다.

"'라 트라비아타'는 예술감독으로서 원한 기획을 드라마 투르기와 연출가가 풀어나가면서 어려운 과정이 있었어요. 한복을 입는 창작 오페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항상 있었고요. 춘향이, 심청이는 요즘 세대와는 조금 맞지 않잖아요. MZ세대의 시선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예를 들어서 변강쇠는 한국판 돈조반니라고 볼 수 있죠. 창작을 다 할 여건은 안되고, 한복이 너무 예쁜데 그럼 '춘희'에 한복을 입고 해볼까. 각색하기에 어떻게 보면 쉬운 오페라여서 시도했었죠. 오페라 애호가가 아닌 일반 관객들에겐 오히려 정말 이해가 잘 됐었다고 하더라고요. '미스터 션샤인'을 다들 아시니까 더 좋은 반응이 있었어요."

박혜진 단장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를 '투란도트'로 꼽으며 향후 해보고 싶은 오페라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정말 해보고 싶은 건 콜라보 작업이에요. 게임 중에 리니지 같은 유명 게임 캐릭터들 의상을 입고 '마술피리'를 한다든지. 아이들의 게임 중독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또 관심을 갖게 되고 와서 클래식을 보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한번 시도 했었는데 별 관심이 없어보여서 아쉬웠지만 나중엔 성사된다면 좋겠어요. 또 일본에서 '나비부인'을 겐조와 함께 한대요. 저도 '춘희'를 샤넬이랑 해보려고 얘기를 해봤는데 프랑스 본사 허락도 필요하고 복잡하더라고요. '토스카'도 디올과 함께한다는지, 패션쇼를 한강에서도 음악 틀고 하는데 오페라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도 더 의상도 돋보일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잘 설득해서 정말 그런 한국의 어떤 브랜드라나 진짜 명품과 콜라보 오페라를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한강 수중 무대에서 하는 페스티벌 같은 오페라 무대를 꿈꾸죠."

3년 동안, '가장 잘 한 일은 후원회를 만든 것'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했다. 공공극장의 순수예술단체로서 예술 활동을 후원하는 기업과 '윈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든 셈이다. 야외 오페라의 지속적인 운영으로 완전히 세종문화회관과 오페라단의 레퍼토리로 만드는 일과 고급화 전략에도 연속성이 필요한 만큼 연임 가능성 역시 충분해 보였다.

"처음엔 오페라단 수익금이 된다고 했었는데 그런 의도는 아니었죠. 항상 무대에 예산이 많지 않으니 의상이나 무대, 좋은 분들을 모셔올 때 개런티를 더 드릴 수 있게끔 하고 있어요. 저희 예산은 늘 똑같아요. 후원회 분들이 단발성이 아니고 저희도 프리뷰 공연, 오페라 강좌, 성악가들 노래도 듣고 하면서 충분히 혜택들을 제공하죠. 돈 내고 인문학 강의 듣는 것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다고 만족하세요. 후원회에서 힘이 돼주시고 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여자 분들은 또 친구 분들이랑 같이 오시고 사업 하시는 분들도 더 참여가 독려되고요. 그렇게 점점 늘어났어요. 외국은 사실 모든 오페라 하우스의 극장들이 후원회를 통해 운영 되거든요.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어려울 때 도와주시고 함께 해 주신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박혜진 단장은?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성악과에 수석 입학했다. 이후 미국 맨해튼 음악학교 성악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으며 오페라 '라보엠' '카르멘' '투란도트' '라 트라비아타' 등 다수의 작품에서 주연 소프라노로 활약했다. 한국인 최초로 체코 '프라하 봄의 축제'에 초청받아 프라하필하모닉과도 협연하기도했다. 2012년 제5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페스티벌 여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는 단국대학교 성악과 교수로 겸직 중이다.

jyyang@newspim.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