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동무이자, 길동무죠. 남편은 기술자 겸 사장님, 저는 사장 겸 경리. 길에선 남편이 앞서고 저는 뒤따르는 편이에요. 사업도 그렇고요. 30년간 같이 걸으면서 한 번도 싸워본 적 없었던 것 같아요. 좋아서 걷는 거니까 길에선 싸울 일이 없어요. 우린 앞으로도 쭉 같이 걸을 겁니다.”
박민영(67)씨는 남편과 둘이서 자동차 부품 부속을 만드는 자영업자이자 주부다. 남편 여인하(68)씨는 고향 친구의 오빠로, 첫눈에 반해 먼저 대시했다고 한다. 30년 길동무라는 이 부부를 지난 16일 소백산 자락에서 만났다.

아주 평범한 부부, 하지만 부부가 걸어온 길은 보통이 아니다. 20여 년 전국의 유명한 산을 하나씩 오르자고 마음먹고 ‘400명산’을 섭렵했다. 400개 봉우리를 찾아다닌 10년간 쌍용 무쏘의 주행 거리가 53만㎞에 달했다고 한다. 폐차할 땐 그만큼 키운 애완견을 보내는 마음이었다. 해외 트레킹도 일찌감치 했다. 차마고도를 비롯해 네팔 에베레스트·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돌로미테 등 알프스 트레일, 잉카트레일·파타고니아 등 남미의 주요 트레일을 두루 걸었다. 예순 이후엔 산보다 둘레길을 찾았다. 지리산 둘레길을 비롯해 해파랑(750㎞)·남파랑(1470㎞)을 걷고, 지금은 서해랑(1800㎞) 길을 걷는 중이다. 이 길 이후엔 DMZ까지, 4500㎞ 코리아 둘레길을 완주할 계획이다. 부부는 요즘 주말마다 ‘주제가 있는 걷기’에 나선다. 산악회를 따라 외씨버선길, 부부끼리 걷는 소백산 자락길, ‘LNT(Leave No Trace, 흔적 남기지 않기) 산행’ 등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하게 걷는 비결은 꾸준함에 있다. 서울 송파구 위례동 집에서 남한산성 수어장대까지 왕복 7㎞를 주중에 매일 걷는다. 박씨는 “주말 장거리 산행을 하려면 그 정도 걸어야 같이 걷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