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해외사무소장이 본인 소유 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가 적발돼 해임된 사실이 확인됐다.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해외주재원에 대한 사업관리 부실이 비위 행위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됐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KTL로부터 제출받은 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사무소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성실의무 위반 및 공금횡령·유용, 업무상 배임, 겸직금지의무 위반 등 사유로 지난해 12월 해임됐다.
A씨는 UAE사무소장 재직 시절인 2023년 10월 말 사무소가 현지 업무 계약을 맺은 B사를 인수한 뒤, 소장 권한을 이용해 본인 회사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UAE사무소는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으로부터 각각 2700만 원, 4500만 원 등 총 7200만 원 규모의 수탁 과제를 수주하면서 수행기관으로 B사를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자신의 회사와 ‘셀프 계약’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약서 서명을 위조하기도 했다.
감사 결과 A씨는 총 4건의 계약을 통해 2345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으며, 증거 은폐를 위해 사무소 직원에게 자료 삭제를 지시하는 등 비리를 조직적으로 감추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덜미가 잡힌 A씨는 감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부당이득금을 반환한 뒤 해임 조치를 받았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개인 일탈에 그치지 않고 공공기관 해외주재원 관리 부실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A씨에 대한 징계회의록을 보면 UAE사무소는 A씨의 비용 처리 관련 증빙자료 누락 등을 인지했으면서도 단순 행정 처리 착오로 보고 이를 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 이후 KTL은 해외사무소에 대한 회계·계약 규정 개정 등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받았지만, 1년 가까이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자근 의원은 “더 엄격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이런 비위행위가 발생한 것은 국민의 상식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해외사무소 운영 규정 개선 등 체계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