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 업체 세워 극동유화 계열사가 낙찰
"실제 입찰 없었다" 주장…법원, 담합 인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의 개인회사로 알려진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신사옥 공사 입찰 과정에서 극동유화 계열사와 담합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우암건설과 아름덴티스트리 법인에 벌금 5000만원, 두 법인의 전·현직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아름덴티스트리는 조 회장과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치과용 의료기기 제조업체다. 우암건설은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최대 주주로 있는 극동유화 계열의 중견 건설사다.
이들은 2020년 9월 25일 아름덴티스트리가 발주한 약 200억원 규모의 대전 신사옥 건설공사 입찰에서 미리 조작한 가격으로 우암건설이 낙찰받도록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아름덴티스트리는 입찰 공고와 현장 설명회 등을 통해 입찰 절차를 진행했고 우암건설 대표 A씨는 들러리 회사 3곳을 내세워 입찰에 참여했다.
재판에서 변호인은 실제 입찰행위는 없었고 서류상으로만 존재했기 때문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암건설은 2020년 5월경 아름덴티스트리 신사옥 토목공사를 맡았는데 이후 본공사까지 진행할 것으로 내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판사는 "입찰 공고에 따라 예정된 일정대로 현장 설명회를 실시했고 다른 업체가 참여해 투찰 행위까지 이뤄졌다"며 입찰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참여업체와 담합한 행위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판사는 "입찰 시행업체와 공모해 다른 업체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는 점을 양형에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