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黍 서 shu) 수수는 벼(禾 벼 화, 곡식 화)와 우(雨)로 이루어진 글자로 비만 내려도 잘 자라는 곡식이란 뜻이다. 수수, 기장은 또 고량(高粱 gaoliang)이라고도 하며 수수로 만든 중국 전통술을 고량주(高粱酒 고량주)라고 한다.



201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모옌(莫言 moyan)의 홍고량가족(红高粱家族)을 그 유명한 장예모(张艺谋) 감독이 공리(鞏俐)를 주연으로 발탁하여 <붉은 수수밭(红高粱)>이라는 이름으로 1988년에 영화를 만들면서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럼 수수라는 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수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촉서(蜀黍 shushu)라고 한다. 촉서를 중국어로 말하면 수수(shushu)가 된다. 옥수수를 중국어로 옥미(玉米 yumi 위미) 동그란 쌀이라고도 하는데 또 다른 말로는 옥촉서(玉蜀黍 yushushu) 즉 사천(四川)지방 촉(蜀)나라에서 생산되는 기장이라는 뜻이다. 옥촉서(玉蜀黍)의 중국 발음 위수수와 우리말 옥촉서를 조합해서 옥수수라고 발음하고 불렸을 것이다. 마치 우리가 헬리콥터(helicopter)와 비행기를 합쳐서 헬기라고 부르는 것처럼 옥촉서(玉蜀黍)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윈난 호도협 차마고도 트레킹 출발점이 예전에는 치아오토우(桥头)였는데, 요즈음은 치아오토우에서 나시객잔(纳西客栈) 나시패밀리까지 차가 많이 다녀서 지금은 나시패밀리 나시객잔부터 투뿌(徒步) 트레킹을 시작한다.
그 나시객잔(那西客栈)에 들어서면 예나 지금이나 제일 먼저 여행객을 맞아주는 것은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옥수수!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사시사철 벽 한쪽에는 말린 옥수수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그 옥수수 구워 먹으면 참 맛 나는데, 나시객잔 사장님이 내가 잘 아는 지인이라서 지인 찬스 써서 옥수수 구워 달라고 했는데… 바빠서 구워는 못 주고 삶아 주신다. 밥도 배불리 먹고 옥수수도 맛나게 먹고, 옥상에 올라가 커피 한잔 마시면서 멋진 뷰 보고 단체 사진 찍고 출발한다.


나시객잔 앞마당을 나서며 한번 다시 벽면에 걸린 옥수수를 쳐다본다. 지금은 옥수수 종자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가을 찬 바람이 불 때면 시골집 처마 끝에 다음 해 종자로 쓰기 위해 집집마다 옥수수를 매달아 놓았다.
오늘은 그 옛날 고향집 처마 끝에 달린 옥수수도, 찬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소리도, 그리고 이역만리 호도협 나시객잔의 옥수수도 그리워진다.
권오기 여행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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