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은 마라톤에 가깝다. 출발선에서 좋은 출발을 했다고 결승점을 보장하지 않는다. 첫 탐색 단계에서 시작해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승인까지 살아남는 신약 후보물질은 통상 0.01%에 불과하다.
K-바이오는 최근 초반 연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후기 임상과 허가 단계에 이르면 여전히 숨이 차오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옆에서 속도를 맞춰줄 페이스메이커, 혹은 경로를 알려주고 중간중간 마실 물을 전달해 줄 협력자와 손잡아야 완주할 수 있다.
글로벌 빅파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꿰뚫고 있었다. 이들은 신약개발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독으로 진행할 자금과 여력이 충분하지만, 임상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마다 최적의 파트너를 연결하며 성공 확률을 높였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혁신을 위해 내부의 아이디어와 기술뿐만 아니라 외부의 기술, 아이디어,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후보물질 탐색과 임상 진행부터 허가 전략과 상업화 생산까지 협력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이를테면 국내 기업 유한양행은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에서 '렉라자'를 기술도입해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했고,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국내 바이오텍 기술이 국내 대형 기업을 거쳐 글로벌로 도약한 대표적인 사례다. HK이노엔은 와이바이오로직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와 공동 연구를 통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 2종(IMB-101, IMB-102)을 개발해 미국의 네비게이터 메디신과 중국의 화동제약에 기술이전했다.
반면 국내 전통 제약계 일부에서는 내부 역량만으로 해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내부 연구개발 역량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외부와의 협력은 비교적 제한적인 식이다. 여전히 소극적 방식의 오픈이노베이션인 라이선스 인에만 의존하는 곳도 상당하다. 외부 파트너와 상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때로는 내부 자원을 외부에 공개하며 함께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시장을 개척하는 등 더욱 전략적이고 능동적인 접근을 취하는 일부 글로벌 빅파마와 다른 접근법이다.
이들이 선뜻 적극적 혁신에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패에 대한 부담이다. 이것이 협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의사결정은 '안전한 선택'을 향한다. 그러나 주저하는 사이 국내 바이오텍 기술은 해외에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이 성사한 신약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1조원 이상의 대규모 거래도 세 건가량 나왔다. 글로벌 시장을 뛰는 국내 기술 곁에 같은 국적의 파트너가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K-제약바이오는 이제 출발선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는 선수이다. 신약 타깃 발굴 능력과 원천 기술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각자 고독한 뜀박질을 계속한다면 완주는 요원한 일이다. 국내 기업이 진정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기를 원한다면,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국내 기술이 세계에서 빛나도록 이제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연결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큰 위험은 도전 그 자체가 아니라 '멈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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