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오지에르 “온라인 괴롭힘, 어머니 건강 위협”
지난해 세무 사이트 해킹 피해까지···루머 확산

루브르 박물관 도난 사건으로 곤욕을 겪은 프랑스가 이번엔 프랑스 대통령 부인 루머를 둘러싼 재판으로 떠들썩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성전환 루머에 수년간 시달린 끝에 법적 대응에 나선 것. 재판 둘째 날인 28일(현지시간) 딸까지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온라인 괴롭힘이 어머니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르몽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마크롱 여사의 딸 티페인 오지에르(41·사진)가 법원에 출석했다. 오지에르는 마크롱 여사가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세 자녀 중 한 명이다. 오지에르는 법정에서 “온라인에 일파만파 퍼진 허위정보로 어머니가 정상적으로 사는 게 불가능해졌다”며 “어머니는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하는지에 늘 주의를 기울여야 했는데, 자신의 이미지가 왜곡돼 사이버 공격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어머니에게 매일 누군가가 이 이야기를 꺼내고, 손주들까지 ‘할머니는 남자래’, ‘거짓말쟁이래’ 같은 말을 듣는다”면서 “이건 멈추지 않는 소용돌이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때문에 어머니가 건강 악화와 삶의 질 저하를 겪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제거되지 않고는 어머니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영부인이 원래 남성이었다’는 루머의 시작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2021년 프랑스 블로거 아만딘 루아와 나타샤 레이가 마크롱 여사에 대한 거짓 주장을 제기했다. 이후 미국 극우 논객 캔디스 오언스가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서 미국으로 루머가 번졌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루아와 레이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지난 7월 항소심에서는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에 무게중심을 뒀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지난 7월 오언스를 상대로도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에서 피고인 10명은 SNS에서 ‘마크롱 여사가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허위 주장을 만들어내거나 퍼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는 팔로워가 많지 않은 일반인이었고, 일부는 극우 성향의 방송인이나 인플루언서였다. 이들은 마크롱 여사의 성별을 조롱하거나, 마크롱 대통령과의 나이 차이를 ‘소아성애’에 빗대는 등 악의적인 언급을 이어왔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오언스가 프랑스에서 재판을 받지 않지만, 그의 이름은 재판 전반에 걸쳐 언급됐다”며 “피고인들은 오언스가 마크롱 여사에 대해 허위주장한 영상을 공유하며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핵심 피고인들은 오언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판에는 증거물로 마크롱 여사의 어린 시절과 1974년 첫 결혼 당시 사진도 제출됐다.
마크롱 부부와 가족이 나서 루머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삼인성호(三人成虎·세 사람이 말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처럼 프랑스 사회에서 거짓은 마치 진실처럼 둔갑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 공식 세무 포털에 여사의 이름이 남성으로 잘못 표기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실시된 브리지트 여사의 세금 기록 정기 감사 과정에서 이름 항목이 ‘브리지트 마크롱이라 불리는 장 미셸(Jean-Michel, called Brigitte Macron)’로 변경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장 미셸은 마크롱 여사의 친오빠 장 미셸 트로뉴의 이름이다. 루머를 퍼뜨린 이들은 마크롱 여사와 장 미셸이 동일 인물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마크롱 여사의 비서실장 트리스탕 봄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크롱 여사가 직접 세무 사이트에 로그인했을 때 이름이 바뀌어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조사 결과 외부 침입(해킹)에 의한 조작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실과 수사당국은 관련 혐의자 2명을 특정하고 사건 전모를 조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