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회자(膾炙)’의 뜻을 알고 있나요?

2024-10-23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걸 이를 때 자주 쓰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회자되다’라는 낱말이다. “그 노래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 사이에 널리 회자되는 명곡이다”와 같이 쓰인다.

‘회자되다’는 언론 매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보도할 때도 “그의 악행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등처럼 종종 등장한다. 앞 문장에 잘못된 표현이 숨어 있다고 하면 많은 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릴 듯하다.

‘회자되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면 안 되는 단어다. ‘회자되다’를 이렇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회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자(膾炙)’는 ‘회 회(膾)’ 자와 ‘구울 자(炙)’ 자로 이뤄진 낱말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음식인 ‘회’와 ‘구운 고기’를 뜻한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맛있는 음식처럼 칭찬받을 일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뜻으로 ‘회자되다’의 의미가 변화해 굳어진 것이다.

따라서 “그 노래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 사이에 널리 회자되는 명곡이다”와 같이 긍정적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는 ‘회자되다’를 쓸 수 있지만, “그의 악행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등처럼 부정적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부정적 의미를 나타낼 때는 ‘회자’ 대신 ‘구설’을 쓰면 된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로, 긍정적 의미에는 쓸 수 없다. 위 예문은 “그의 악행은 여전히 많은 이의 구설에 오르고 있다” 등처럼 고치면 자연스러운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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