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롯데 신인포수를 향한 물세례가 이어졌다.
이날 롯데는 한화와의 경기에서 6-3으로 승리했다.
신인 포수 박재엽의 활약이 빛났다. 8번 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데뷔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박재엽은 공수에서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2회 2사 1·2루에서 타석에 선 박재엽은 한화 선발 엄상백을 상대로 2구째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박재엽의 데뷔 첫 홈런이었다. 이 홈런을 포함해 2타수 2안타1볼넷 3타점 등을 기록했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는 선발 투수 홍민기의 4이닝 1실점 피칭을 합작했다. 정현수-김강현-최준용-정철원-김원중까지 이어지는 불펜진과도 호흡을 맞추며 롯데의 승리를 지켜냈다. 수훈 선수로 선정돼 중계 인터뷰까지 한 박재엽은 선배들의 물세례를 받으며 기쁨을 누렸다.
박재엽은 명포수 출신인 김태형 롯데 감독에게서 이례적으로 칭찬을 많이 받는 포수다.
부산고를 졸업한 뒤 2025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34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박재엽은 이날 경기 전까지 1군에서는 단 2경기에 교체 투입돼 2타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박재엽의 포수로서의 능력을 높이 샀다.
이날 경기 전에도 “2군에서 연습할 때 보면 포수로서 가지고 있는 능력이 좋다. 리드를 해본 경험이 많이 없어서 그렇지 치고 던지고, 받고 이런 능력은 팀 내에서 제일 위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하나 봤을 때 제일 높이 평가하고 있는 포수다”라고 했다.
롯데는 1군 엔트리에 정보근, 손성빈, 박재엽 등 세 명의 포수를 올려 놓은 상태다. 유강남이 2군으로 내려가면서 자리가 생겼고 세 명의 포수로 안방을 운용하고 있다. 유강남이 1군으로 올라오면 세 명 중에서 한 명은 2군으로 내려가야하는데, 그 전에 기량을 보기 위해 박재엽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박재엽은 신인답지 않은 모습으로 기회를 살렸고 김태형 감독의 얼굴에 미소짓게 했다.
박재엽과 김 감독의 인연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2022시즌을 마치고 두산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았던 김 감독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던 부산고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박계원 부산고 감독과 친분이 있던 김 감독은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박재엽을 보고 “쟤 잘한다”라고 칭찬을 했다. 그리고 롯데에서 다시 조우하게 된 것이다.

부산 출신인 박재엽은 어릴적부터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보며 꿈을 키워왔던 ‘롯린이(롯데팬+어린이)’ 출신이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야구장에 와서 선발 출장 사실을 들었던 박재엽은 “타순을 듣자마자 긴장감이 올라왔는데 최대한 긴장 안 하려고 차분히 계속 있었다”고 했다.
홈런을 치고서는 기쁜 마음에 너무 빨리 베이스를 돌기도 했다. 박재엽은 “베이스에서 안 넘어지려고 차분히 돌려고 했는데 흥분이 주체가 안 되더라. 너무 빨리 뛰었다”며 “맞는 순간 너무 잘 맞아서 잘 하면 넘어가겠는데하다가 홈런인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직구장에서 홈런을 치고 경기를 출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박재엽에게는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는 “‘롯린이’ 출신으로서 지난해까지만해도 야구장에 경기를 보러 진짜 많이 왔었다. 프로 선수들이 뛰는게 너무 멋있고 부러웠는데 그걸 내가 하고 좋은 결과도 내니까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1군에서 경기하니까 너무, 너무 재미있다”며 웃었다.
포수 리드는 대부분 박재엽이 했다. 그는 “초반에는 내가 하다가 경기 후반에 점수를 주니까 벤치에서도 조금씩 사인을 주셨다. 중요할 때만 사인이 나왔다”고 전했다. 벤치 사인과 자신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인 포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선배 투수들도 힘을 실어줬다. 마무리 김원중은 8회 2사 상황에서 등판하면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했다. 박재엽은 “내가 선배님 공을 처음 받아보니까 긴장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존재감을 잘 드러낸 박재엽은 포수 경쟁에 임하는 자신감도 밝혔다. 그는 “내가 할 것만 하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너무 잘 하는 형들이 많아서 일단 보고 배우는게 많을 것이다. 나는 어리니까 아직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다”라며 마음을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