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배후에 한국 개신교가 있습니다. 음모와 혐오의 선동으로 점철된 시위대 대부분이 개신교인들입니다.”
“개신교인들 중 전광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13.4%에 불과하지만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극우의 정체성이 개신교로 각인되고 있다는 것은 교회에게 치명적인 타격입니다.”
개신교계 신학자들이 한국 민주주의와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나섰다. 12·3 내란 이후 한국교회가 극우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25명의 개혁적 신학자들은 ‘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을 발족했다.
지난 6일 서울 백향나무교회에서 ‘한국교회와 갈 길을 묻다’는 주제로 열린 제 1회 포럼에서 이들은 “무너진 한국교회가 대전환의 길에 들어서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역사의 지평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한국의 대표적 대형교회와 목회자들은 여전히 침묵하거나 내란에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백종국 경상대 정외과 명예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직면한 정치적 모순의 핵심은 정교분리 헌법하에서 정교일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사학법 개정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정치적 효과에 고무된 한국 개신교는 이후 더욱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정치 수단을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이어 “교회의 사유화, 지도자 숭배, 무분별한 공격성 등으로 나타나는 한국 개신교의 근본주의는 복음이 아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방종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치주의 강화, 평신도 중심의 시민사회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는 광화문 광장의 태극기 집회로 상징되는 ‘전광훈 현상’의 역사적 맥락에 주목했다. 최근 <전광훈 현상의 기원>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던 그는 “한국 교회가 반공과 친미주의에 극단적으로 경도된 1차적인 이유는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월남한 교인들에 의해 남한의 교회가 재구성되었기 때문”이라며 “국가와 집권세력이 극우였던 시기에는 뚜렷한 존재감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1997년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한국 개신교의 극우적 특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토대에서 전광훈으로 대표되는 극우 개신교 세력은 정치적 인프라를 구축하며 극우 정치의 주류로 부상하게 됐고, 재정과 조직 면에서 독립적인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극우적 관변단체들과도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한국 교회는 극우세력과 속히 관계를 단절하면서 그들의 실체를 파악해 널리 알리는 예언자적 사명을 담당하는 한편 극우 세력에 대응할 대안 세력 육성과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소위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비판하고 단절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문제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교목실장을 지낸 공공성 포럼 대표 정종훈 교수는 “향후 분기별로 진행될 포럼을 통해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적개심을 부추기는 반공주의, 성장 만능주의 등 한국 교회의 타성을 깨부수는 동시에 인권과 민주화를 이끄는데 기여했던 한국 교회의 소중한 유산을 계승하는 노력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