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비쟁점 법안 만들기

2025-11-23

여야의 대치가 오랜기간 길어지고 있다. 합의 결렬과 강행 처리 시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시사 등이 연이어 반복돼 왔다. 마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마지막 승부'를 연상케 한다.

다행스럽게도 여야는 11월에 들어 두 차례 본회의를 예고하고 이른바 '비쟁점 법안'을 상정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3일에는 이미 한 차례 본회의를 통해 법안 처리가 이뤄졌다. 오는 27일에도 또 법안 의결을 시도한다. 여야가 언급하는 비쟁점 법안은 상임위 과정이나 지도부 협의 등을 거쳐 합의에 이른 법안을 의미한다.

그런데 비쟁점 법안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색하게 들린다. 모든 법안은 쟁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쟁점을 논의하고 차이를 줄여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정치고, 이런 일을 하는 곳이 국회다. 특히 법안은 국민의 삶을 법으로 규정하거나 규제하는 경우가 많다. 입법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최대한 많이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협상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합의를 위해서 내 주장을 몇 가지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몇몇 주장이 빠지기도 한다. 결국 그렇게 합의점을 찾아 이른바 '비쟁점 법안'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여야의 대치가 길어지니 합의를 마친 건 '비쟁점', 합의가 되지 않은 건 '쟁점'으로 분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합의가 당연한데 '합의가 안 된 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이다.

과거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 중 '마지막 승부'가 있다. OST도 큰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는 '너와 함께 달려간다'거나 '마지막에 비로소 웃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가사가 들어있다.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자칫 답답해 보인다. 다만 '마지막 승부'의 노래 가사처럼 끈질기게 합의하는 정치 문화가 다시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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