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과 정부 일각에서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명분으로 금산분리 완화와 지주회사 규제 손질을 검토하는 가운데 경쟁당국 수장이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몇 개 회사 민원 때문에 금산분리 규제를 바꿀 수는 없다”며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금산분리 완화를 둘러싼 논의에 대해 경쟁당국 수장이 특정 기업의 민원성 논의라며 선을 긋고, 오히려 규제 강화와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면서 향후 관계부처 간의 논의 과정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금산분리 원칙은 수십년 된 규제 체계”라며 “100년된 규제를 몇 개 회사 민원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증손회사 지분율 제한 완화에 대해서도 주 위원장은 “특정 기업 집단과 관련해서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공정위는 어떤 특정 기업에 집중해서 규제 완화를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자·증손회사 지분율 규제 완화 논의를 특정 대기업의 민원성 요구라고 규정한 것이다. 오히려 그는 대기업 집단의 사익편취와 동일인 규제, 공시 의무는 강화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에 앞서 다른 대안부터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를 바꾸는데) 분명한 이유 있어야 하고 다른 대안 있으면 그걸 활용하면 된다”면서 “왜 다른 대안을 활용하지 않고, 30년·50년·100년 된 규제 바꾸려 하냐”고 말했다. 이어 “너무 무모한 주장이다”고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특정 기업에 집중되지 않고 모든 전략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최선의 안을 관계 부처와 업계와 충분히 소통해서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근 기재부, 산업부, 공정위 등 관계부처 간에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을 명분으로 지주회사 체계 안에서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외부자금 조달 비용 상향이나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을 100%에서 50%까지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돼 왔다.

이어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최근의 여론 형성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관련해서는 요즘에 공론의 장에서 불만스러운 것은 이런 논의가 다양한 시각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너무 한쪽 측면에서 일종의 민원성 논의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서 상당히 불만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공론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반지주회사 밑에 업무집행사원(GP)를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주 위원장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 위원장은 “GP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어떤 필요로 요구하는지 봐야겠지만 그런 구조 없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시설 투자 잘 해왔는데 왜 그걸 꼭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 너무 빈약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 위원장은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촉진할 필요성 자체는 인정했다. 그는 “첨단 전략산업 부에서 어떻게 투자를 활성화할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 공정위를 포함해서 경제 부처와 대통령실에서 여러 가지 방안들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상황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함에 있어서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금산분리 완화가 최후의 카드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주 위원장은 “다른 방법 없다면 금산분리 완화를 생각해야 하고, 다른 대안 있으면 그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다른 대안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와 공정거래 규제가 한국 경제 발전의 제약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의 기반이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역설했다. 주 위원장은 “SK하이닉스나 삼성 반도체 기업들이 현재 규제 체제 속에서 기술 성장을 거듭했다”며 “대기업 집단에 대한 공정위의 규제가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봐라”고 반문했다.
주 위원장은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정거래법 규제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언급한 데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주 위원장은 “최태원 회장이 말했듯이 지금 해결되지 않았다”며 “ (문제가) 해결되도록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가 실패했다면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더 강하게 손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함께 주 위원장은 기업 재투자와 벤처 생태계 활성화 방향을 두고도 금산분리 탓부터 하는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우리 한국 경제가 가장 중요시 해야 할 건 주력기업들이 자기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다며 “본업에 충실해서 R&D 혁신 게속하고 시설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CVC 뿐만 아니라 사내에서 벤처투자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 위원장은 한국경제인협회가 공정위에 건의한 공정거래 분야 제도 개선안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재계는 동일인(총수) 제도 완화, 공시 대상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 동일인 책임 완화 등을 요구해왔다. 주 위원장은 “공시라는 것을 규제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공시는 의무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 대상을 줄여야 된다는 요청은 시대에 역행한다고 보고 있고, 오히려 더 확대돼야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주 위원장은 배달앱 수수료에 대해서는 별도 특별법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배달앱 수수료 관련해서는 온플법보다는 배달앱 관련한 수수료에 한정된 특별법 형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가격 규제에 부정적인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영업 현실을 감안하면 예외적으로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가격 규제는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그는 “자영업 시장이 아주 영세하기 때문에 영세한 시장에서는 좀 더 강력하게 가격을 제한하는 그런 처방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며 수수료 상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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