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고무줄 회계' 막는다…연령대별 손해율 가정 도입

2024-11-07

계리적 가정 적정성 논란…건전성 저하 '우려'

무·저해지 상품, 완납 후 최종해지율 0.8% 적용

단기납 종신 합리적 수준의 추가해지 반영 개선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올해 연말 결산부터 실행

금융당국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권의 '고무줄 회계' 주범이 된 계리적 가정에 대해 손을 보기로 했다. 특히 연령대별 손해율을 비롯해 무·저해지 상품 추정·단기납 종신보험 보너스 지급시점의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보험회계의 신뢰를 회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오전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사·보험협회 등이 참여하는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었다. 이날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지난 5월 킥-오프 회의에서 '건전성 관리를 통한 신뢰회복'을 보험개혁회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발표한 이후, 회계제도 측면에서 학계·업계·전문가 실무반을 통해 마련한 최종 방안이다.

IFRS17은 결산 시점의 시장금리를 감안한 할인율과 손해율, 해지율 등 최적 계리가정을 반영해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한다. 계리가정은 개별 보험사가 경험통계·계약자 특성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계리가정 관련해 보험사의 '자의적 가정'과 '고무줄 회계 이익'이라는 비판 등 현행 산출방식의 적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보험사들이 자의적 가정을 사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손익에 드러나지 않지만 미래로 위험이 이연되고, 누적된 위험으로 인해 미래 상황에 따라 건전성이 갑자기 저하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보험사 부실, 장래 보험료 급증 등을 유발해 보험계약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이에 계리적 가정의 합리화를 이번 보험개혁회의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15차례 실무반 회의와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한 토론 및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상품 고유의 특성과 계약자 행동의 실질을 반영할 수 있는 해지율·손해율 산출방법론을 정립했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우선 무·저해지 상품은 납입기간 중 해지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해지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되나 경험통계 부재를 이유로 완납 직전까지 높은 해지를 가정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간 이러한 비합리적 가정을 전제로 상품의 수익성이 산출됐고, 상품 쏠림현상이 심화됐다.

이러한 무·저해지 상품으로의 승환 증가로 표준형 상품의 해지가 증가하면, 이를 근거로 다시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높게 추정하는 악순환으로도 이어졌다.

부족한 경험통계를 보완해 해외사례·산업통계를 통해 분석한 결과, 완납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모형 중 로그-선형모형(원칙모형)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는바 로그-선형 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만약 각 사의 경험통계 등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모형을 적용할 경우 ▲한정된 모형 내에서 ▲감사보고서·경영공시에 다른 모형 선정의 특별한 근거와 원칙모형과의 차이에 대해 계약서비스마진(CSM)·지급여력비율(K-ICS)·당기순이익 등을 상세히 공시하고 ▲이를 금융감독원이 집중 점검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한다.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배포될 실무표준에 반영할 계획이다. 한편, 완납 후 최종해지율은 해외통계를 고려해 0.8% 등을 적용한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5~7년 정도로 짧으나, 10년 시점 보너스 등 부과로 환급률이 높은 종신보험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사실상 저축성 상품처럼 인식해 보너스 수령시 해지할 유인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너스 지급 시점 환급금 수령 목적의 추가해지를 고려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실제 지급 시점에 추가해지가 대량 발생시 유동성 부담 및 당기손실 급증이 우려되는바 합리적인 수준의 추가해지를 반영하도록 개선을 추진한다.

구체적 방식으로는 표준형 상품의 누적유지율을 활용해 해지 수준을 역산하거나, 30% 이상으로 추가해지를 설정한다. 30% 최소 기준은 방카채널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11차년도(비과세요건 충족으로 환급률이 급증하는 시점) 해지율 산업통계의 최근 10년 평균이 29.4%~30.2%인 점을 감안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수 보험사는 보험부채 산출시 손해율 가정을 경과기간·담보별로만 구분하고,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연령에 따른 손해율 추세가 반영되지 않아 향후 보험부채와 CSM이 부정확하게 산출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경험통계가 충분하고, 연령 구분에 따른 통계적 유의성이 존재하는 담보에 대해서는 손해율을 연령 구분하해 산출하도록 한다.

자사 통계가 충분한 경우에는 경과기간별·연령별 손해율을 직접 산출하고, 직접 산출이 어려운 경우에는 경과기간별 연령합산 손해율과 연령별 상대도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산출한다.

할인율의 경우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지난해 8월 '할인율 단계적 현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시행 중에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최종관찰만기의 확대가 계획돼 있었으나,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상회하는 재무영향이 발생해 속도 조절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최종관찰만기 관련 정량적·정성적 분석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금감원 할인율 운영 자문위 논의 등을 거쳐 연착륙 방안을 마련했다. 최종관찰만기를 30년으로 확대하되 3년 간 단계적으로 적용해나갈 방침이며, 금리상황에 따른 시행여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발표된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은 2024년 연말 결산부터 적용된다. 단 손해율 가정은 보험사 내 결산 시스템 수정 등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경우 내년 1분기까지 반영할 수 있다. 아울러 할인율 연착륙 방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한다.

김 부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해서는 보험회계에 대한 불신을 반드시 타파해야한다"라며 "이번 개선조치를 통해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을 합리적으로 산출하는 기틀을 마련하고, 산업이 장기적인 시계에서 성숙하는 토대가 확립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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