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리고 대출 조이고…정부 연일 대책 발표
신규택지 발굴로 5만가구 공급, 단기 수요 뒷받침 역부족
디딤돌 대출 한도 5500만원까지 축소, 매매수요 전세로 전이
최근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를 위한 규제 추진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했던 정부의 행보가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촉발시켰다는 지적이 일었다. 대출을 조이기로 했다가 잠정 유예하는 모습은 정책 방향에 대한 수요자 불안을 가중시키기 충분했다.
이러한 혼란을 잠시 뒤로 하고 정부는 보다 정제된 목소리로 지난 6일 공식적인 디딤돌 대출 관리 방안을 내놨다.
기존의 설익은 메시지보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층의 주택 구입을 저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다만 연일 발표되는 정부 정책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여전히 아리송한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는다.
크게 뛴 집값을 잡고, 급증한 가계부채를 안정적인 흐름으로 관리하겠다는데, 과연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을까.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 위축이라는 불안한 전망 하에 2~3년 뒤에는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집값 상승폭은 최근 둔화되긴 했지만 32주째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역시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꺾이지 않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8·8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위주의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고 지난 5일 서울·경기에 5만가구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 4곳을 발표했다. 1기 신도시 재정비와 3기 신도시 개발 등을 비롯해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테니 조급해 하지 말라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중장기 대책으로 단기적인 공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가계부채 관리는 단기적으로 집값을 억누를 수 있어보인다. 대출 한도를 눌러버리면 매수할 수 있는 주택에 대한 선택지가 자연스럽게 좁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었고 이를 기점으로 집값 상승세는 다소 완화되고 있다.
디딤돌 대출 한도에서 소액임차인의 최우선 변제금 만큼 제외하는 방공제를 적용하면 수도권에선 2800만~5500만원까지 대출금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5억원 이하 주택과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디딤돌 대출을 축소하는 것이 집값 안정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지. 높은 집값으로 서울에서 밀려나 수도권으로 눈을 돌린 서민들의 기회마저도 빼앗는 것은 아닐런지.
일각에서는 결국 해소되지 못한 매매수요가 전월세 수요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전셋값은 더 치솟고, 전세대출 수요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 무주택 서민들이 유독 조급하고 불안한 이유는 하나다. 안정적인 주거여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거 안정성이 확보돼야 결혼도, 출산도, 미래도 그릴 텐데 말이다.
내 한 몸 뉘일 공간이 없다는 것, 내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자리가 없다는 것. 정부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이 고민에서부터 시작해야 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의도한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않는다면 각종 대책을 내놔도 풍선효과로 인한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