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축구 ‘뉴 리더십’…한국인 사업가 미셸 강, 여자축구에 불어넣은 새바람

2025-04-20

프랑스 여성축구 명문 올랭피크 리옹(OL 페미닌)은 오랫동안 유럽 무대를 지배해온 절대 강자다. 2004년 창단 이래 총 38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11년 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WCL)에서 8차례 우승했다. BBC는 지난 20일 “바르셀로나, 첼시, 아스널 등 유럽 주요 클럽들이 여자팀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리옹의 독주는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이런 리옹을 다시금 정상권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인물이 있다”고 전했다.

주인공은 미국계 한국인 사업가 미셸 강이다. 2023년 구단 지분을 인수한 그는 리옹을 남자팀과 분리된 독립법인으로 전환시키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단순한 구단주를 넘어, 그는 ‘여성축구 최초의 타이쿤’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세계 여성축구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리옹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은 단연 장 미셸 아울라스 전 구단주다. 1987년부터 36년간 리옹을 이끌며 남자팀을 프랑스 리그앙 최정상에 올려놓았고, 2004년에는 여성팀을 창단해 프랑스 내 유일무이한 여자축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전폭적인 투자와 더불어 프랑스 최초 남녀 통합 유소년 아카데미를 설립했고, 벤디 르나르, 루시 브론즈 등 스타 플레이어들을 영입하며 구단 위상을 높였다. 선수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환호하는 그의 모습은 ‘여성축구에 진심인 구단주’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러나 아울라스는 2022년 구단 운영권을 미국 자본 ‘이글 풋볼’에 넘기며 물러났고, 이듬해 미셸 강이 여성팀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했다.

강 대표는 의료 IT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뒤, 2019년 미국 여자대표팀 선수들을 만나면서 축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워싱턴 스피릿, 잉글랜드 런던 시티 라이오네시스를 연이어 인수하며 여성축구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리옹 인수로 유럽 시장에도 본격 진입했다. 강 대표는 “여자선수들은 세계 최고 수준 운동선수인데도, 자원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조금만 밀어주면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2023년 8월 취임 직후 그는 “남자 프로팀과 동일한 수준의 관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고 물었고, 구단 측은 “전담 스태프 11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두 달 만에 11명이 채용됐다. 현재 리옹 여성팀은 영양사, 심리상담가, 퍼포먼스 매니저, 전담 의사 등 전문 인력 24명이 상주하며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구단 CEO 뱅상 퐁소는 “미셸은 단지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사람”이라며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글로벌 경쟁 속에서 리옹은 설 자리를 잃었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여자리그는 리옹의 독주 체제다. 최근 4시즌 동안 정규리그 패배는 단 2경기에 불과하고, 이번 시즌 역시 리그 18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지나친 일강 구도로 인해 리그 전체 흥행력은 낮다. 대부분 홈경기가 1500석 규모 제라르 울리에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1만 명 이상이 몰리는 경기는 챔피언스리그 일부 대결뿐이다. 여성축구 전문기자 아실 투파이리는 “리옹이 너무 강해서 리그는 재미없고, 경기력도 떨어진다는 인식이 많다. 팬도, 투자자도, 미디어도 서로가 먼저 움직이길 기다리는 악순환 구조”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이 틈을 기회로 삼고 있다. 팬 리서치를 통해 남성축구 관중과 여성축구 관중 중복 비율이 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기반으로 전혀 다른 팬층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는 “선수들이 가장 원하는 건 연봉도 아니고 좋은 차도 아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세계 최고의 팀들과 뛰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현 리옹 미드필더이자 미국대표팀 주장 린지 호런은 “강 대표는 지금까지 여성축구에서 본 적 없는 리더”라며 “리옹처럼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수없이 들어올린 팀조차 훈련과 의료 지원이 부족했는데, 그녀는 그런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즉각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BBC는 “미셸 강의 등장은 단순한 구단주의 교체가 아닌, 여성축구 비즈니스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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