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혈당 관리부터 '꿀잠 비법'까지…맞춤형 솔루션 제안한다

양압기가 불편해 사용을 중단했던 50대 수면무호흡증 환자 A씨. 최근 의료진으로부터 에이슬립의 수면무호흡증 진단 보조 애플리케이션 ‘앱노트랙’과 양압기 동시 사용을 권유받았다. A씨는 앱노트랙으로 양압기를 사용한 날과 사용하지 않은 날의 무호흡 지표 차이를 직접 확인하면서 양압기 사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의료진은 A씨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양압기의 압과 마스크 세팅 등을 미세조정해 양압기를 보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앱노트랙과 의료진의 도움으로 A씨는 ‘꿀잠’을 잘 수 있게 됐다. 김정훈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앱으로 심각성을 확인한 다음 마음을 여는 환자들이 많다”며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심뇌혈관질환·돌연사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받고 적절한 치료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일상 속 건강 지킴이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AI 기술이 발달하고 에이슬립처럼 특화된 분야에서 데이터를 축적한 기업들이 등장하며 수면부터 혈당·식단 관리에 이르기까지 AI가 일상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035720)헬스케어의 AI 기반 모바일 건강 관리 솔루션 ‘파스타’에 올 5월 체중 관리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파스타 다운로드 수가 지난해 말 15만 건에서 35만 건으로 급증했다. 피노어트는 개인별 데이터 특성을 AI로 분석해 맞춤형 체중 관리 방법을 제안해준다.

파스타를 사용하며 체중 관리에 성공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남성 B씨는 최근 ‘뱃살 빼기’를 위해 파스타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파스타에 입력한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은 활동량에 식사보다 간식을 지속 섭취하는 유형’임을 알게됐다. 파스타 앱이 알려준 식사 섭취 열량과 운동 소모 열량에 맞춰 식사와 운동을 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4주 만에 4㎏ 감량에 성공했다.

치아를 비롯한 구강 관리에도 AI가 맹활약하고 있다. 토마스톤의 AI 구강 건강 서비스 ‘덴티아이’는 스마트폰 사진 한 장으로 잇몸 건강 상태를 점수화해 염증 위험도를 산출하고 스케일링 받을 시기를 알려준다. 착색 가글을 함께 이용하면 내 입 속에 유해 세균이 얼마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재영 토마스톤 대표는 “이가 시릴 때 치과에 갈까 말까 고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초고령 시대에 수요가 커지고 있는 치매 환자 관리에도 AI가 도움을 주고 있다.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이 대표적. 클로바 케어콜은 독거 노인과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AI 콜 서비스로 주 1~2회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건강 등의 주제로 안부를 확인한다. 네이버의 대형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맞춤 대화가 가능하다. 서울 성동구 치매안심센터와 한양대 서울병원 연구팀은 클로바 케어콜이 치매 환자의 기억력 개선과 우울증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저출생 시대에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난임 분야에서도 AI가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18년간 임신을 시도했지만 남편의 무정자증으로 실패했던 미국의 한 부부는 올 3월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난임센터가 개발한 AI 기반 ‘정자 추적 및 복구’ 기술을 이용한 체외수정(IVF)으로 첫 아이를 갖게 됐다. 정액 샘플에는 수억 개의 정자가 포함되지만 무정자증 환자의 샘플에는 정자가 2~3개뿐이라 사실상 검출이 불가능했다. 컬럼비아대 난임센터는 AI 기술로 정액 샘플에 숨겨진 정자를 검출해 난자 수정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LG(003550)그룹이 AI를 활용한 난임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청년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 ‘LG 에이머스 해커톤’의 주제로 ‘난임 환자 대상 임신 성공 확률을 예측하는 AI 개발’을 제시하고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다.

벤처캐피탈(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글로벌 수준의 정보기술(IT) 역량을 보유한 기업과 인재들이 많다보니 헬스케어 분야와 접목한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고령화로 전반적인 헬스케어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AI가 다양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