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국토교통성과 항공사는 최근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시 선반이 아닌 승객의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보관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자국 필수인증(3C)이 없는 보조배터리의 국내선 기내 반입을 전면 차단했다. 우리나라는 앞서 3월부터 보조배터리를 기내 선반에 두지 말고 비닐백에 담아 보관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각국 조치는 항공기 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사고 발생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올해 1월 김해공항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원인으로 기내 선반에 있던 보조배터리가 지목됐다. 3월에는 중국 항저우에서 홍콩으로 향하던 홍콩항공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발화 추정 화재가 발생했다. 4월 일본에서도 호놀룰루 공항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보조배터리 화재로 하네다공항에 비상 착륙하는 일이 있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강화된 규정으로 인한 혼란도 벌어진다. 실효성 대비 출국 심사 지연과 과도한 비닐 쓰레기를 유발한다며 반발이 크다. 항공사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불가피하다. 이런 지적에 국토교통부도 온도감응 스티커 부착과 여객기 내 방화백 비치 등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조치는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초기 진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 뿐만 아니라 전자담배, 게임기, 이어폰, 휴대용 선풍기, 미용기기까지 배터리가 장착된 전자기기가 점차 늘어 실효성 있는 사전에 화재를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다.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등 배터리를 분해하지 않고도 안전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화재가 일어날 만한 배터리를 미리 걸러낼 수 있는 방법도 생겼다.
우리나라는 배터리 선도국으로 검사 기술도 가장 고도화된 나라다. 배터리 화재 예방에서도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각국의 배터리 화재 우려를 종식시킨다면, 배터리 안전 관련 세계 표준도 선점하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