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ON 장르 OFF, 평범해서 특별한 ‘나완비’ 이준혁

2025-02-14

평범해서 더욱 특별하다.

배우 이준혁이 멜로 드라마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그간 로맨스보다는 장르물에서 두각을 보였던 이준혁의 새로운 캐릭터가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탄생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혁은 만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외모와 따뜻한 눈빛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나의 완벽한 비서’(이하 ‘나완비’)에서 수준급의 멜로 연기를 보인 그는 대중과 자신의 취향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제 취향이 마이너하더라고요. 대중과 소통하려면 이런 작품을 했어야 했는데…그간 제 사리사욕을 열심히 채워왔지만 이렇게 돼서 정말 다행이죠. 100명이 넘는 스태프가 모여서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세상에 없는 걸 만들어 내고 대중들과 통했을 때 대화가 통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번 작품은 대중적인 목표가 있었는데, 우리가 만든 게 대중들의 입맛에 맞아서 다행입니다(웃음)”

지금까지 이준혁이 장르물을 주로 선택했던 이유는 연기 입문 당시 윗 세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준혁은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 ‘멜로는 안 하겠다’고 하는 인터뷰 내용이 멋있어 보였다고 했다. 그 순간을 시점으로 깊은 연기, 장르물에 도전했던 이준혁은 ‘나완비’에서 유은호 역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멜로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독특한 인물상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게 독특하지 않고 은호가 가장 독특해 보였어요. 제 삶에도 영향이 있었던 게, 제가 하는 일도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제 주변에 그런 사람밖에 없더라고요. 오히려 아이를 육아하고 너무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제 친구가 판타지적으로 느껴졌어요”

‘나완비’는 일‘만’ 잘하는 헤드헌팅 회사 CEO 강지윤과, 일‘도’ 완벽한 비서 유은호의 밀착 케어 로맨스다. 작품은 당초 ‘인사하는 사이’라는 제목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나의 완벽한 비서’로 수정된 바 있다. 여기에 이준혁은 드라마 제목처럼 육아, 살림, 업무까지 ‘완벽한’ 싱글대디 유은호를 연기했다.

“은호를 표현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지점은 2회 이후로 주인공이 목적을 상실하는 거였어요. 일을 그만두고 난 은호의 목표는 일을 찾는 건데 바로 일을 찾아버리니까요. 보통 캐릭터는 목적을 계속 가져가는데 은호는 (목표가) 상실돼서 되게 어려웠죠. 그 이후로는 은호를 보면서 모든 씬의 조연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모든 장면의 상황을 리액션해주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튀지 않고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 은은하게 작품에 젖어있어야 한다고요”

이준혁은 작품 속 강지윤(한지민)을 보살피며 은은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제 편 하나 없는 곳에 ‘내 편’으로 나타난 이준혁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유발했다. 특히 이준혁은 한지민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 등에서 배우의 성향이 반영된 듯한 생생한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 속 장면은) 정확히 유은호예요. 서로 간 약속이라는 게 있고, (역할에) 제 성향을 가져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은호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눈에 세게 띄지 않도록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취향으로 따지면 저는 은호같은 스타일이에요. ‘조강지처 클럽’의 한선수가 ‘타지?’라고 말하는 건 실제로 못하는 스타일입니다. 그 친구도 멋있지만요(웃음)”

또 이준혁은 그간 맡아온 캐릭터 중에서 유은호가 가장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사람도 안 죽이고, 조금 더 평범하잖아요.(웃음) 그래서 저를 더 쓸 수 있는 게 있었어요. 캐릭터로 변주를 강하게 주면 부담스러울 거 같은데, 여기는 나름 개인적인 유머 감각을 더할 수 있었어요. 조금 비슷한 건 남을 신경쓰는 편이라는 점, 배려를 하려고 하는 점인 것 같아요”

지난 2007년 데뷔한 이준혁은 연기 경력 약 20년 동안 촘촘히, 그리고 단단하게 필모를 쌓아왔다. 그의 연기 발자취에는 ‘조강지처클럽’(2008), ‘수상한 삼형제’(2010), ‘적도의 남자’(2012), ‘비밀의 숲’(2017) 등 대중들에게 사랑받은 히트작이 남아있다.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촬영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이준혁의 다짐이다.

“그대로 성실히 해 나가려고 해요. 히트작이나 대중들이 사랑하는 연기를 예측할 수 없지만 현장에서 좋은 동료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사람들과 잘 합의해서 촬영해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고, 다음은 운이에요. 100%는 아니겠지만요. 만약 제가 좋은 성과를 거뒀다면 저를 롤모델로 삼지 않더라도 중간 어디쯤에 있는 사람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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