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 '사업 철수', 원티드랩 '만성 적자'...해외에서 고객 숙인 HR업계

2025-10-13

사람인, 다움키우이노베이션에 앱랜서 지분 전량 매각

원티드 재팬, 상반기 1.2억 당기순손실...적자폭 여전

이은희 교수 "국내 업체 네트워크 부족...현지 수요↓"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국내 HR(인적 자원) 업계가 해외 시장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예상보다 현지 기업의 수요가 낮은 데다 현지화 과정에서도 애를 먹고 있어서다.

사람인은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그룹 내 계열사에 베트남 법인을 넘겼으며, 원티드랩 일본 법인도 적자폭을 쉽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

◆ 사업 철수, 적자 폭 여전...HR업계, 해외 사업 부진에 '고심'

13일 HR업계에 따르면 사람인, 원티드랩 등 주요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람인은 지난 7월 18일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인 다우키움이노베이션에 앱랜서 지분 100%를 매각하는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앱랜서는 베트남 IT 전문 채용 플랫폼 '탑데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사람인은 지난 2020년 5월 해당 지분 72.9%를 확보했으며, 이는 사람인의 첫 해외진출 사례다. 인수 직후 앱랜서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호찌민IT지원센터와 협력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현지 인력을 연결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 공략에 나섰다.

지난 2023년 10월에는 22억원을 투입하면서 앱랩서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지분을 96%까지 늘렸다. 지난 1월에는 7400만원을 추가로 투입해 앱랜서를 완전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하지만 인수 이후 앱랜서의 수익성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2021년을 시작으로, ▲2022년(9억원) ▲2023년(7억원) ▲2024년(5억원) 등 매출 부진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상반기에는 자산(2억6162만원)이 부채(4억71만원)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며, 결국 베트남 시장에서 철수했다. 사람인 관계자는 "이번 지분 양수도 계약으로 베트남 시장에서 손을 뗐으며, 당분간 해외 시장에 대한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원티드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원티드랩은 지난 2023년 1월 자회사인 원티드재팬을 설립해 일본 시장 진출에 나섰다.

당시 강철호 원티드재팬 대표는 AI를 활용해 채용 수수료를 반 이상 낮추고 투명성을 높여 일본의 고질적인 인재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강철호 대표는 일본의 HR플랫폼 시장 규모가 국내 채용 시장 규모의 약 15배에 달한다는 점, 최근 노동 인구 부족 현상과 '다이렉트 리쿠루팅' 문화가 부상했다는 점을 들어 일본 진출에 대한 낙곽적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2023년과 지난해 각각 1억9968만원 2억8037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올해 상반기 885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은 1억2082만원으로 적자 폭은 여전하다.

◆ 장기전 역량 부족, 현지화 어려움...해외 진출 물거품 되나

업계에서는 HR업계가 장기적인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특히 HR업계에서는 현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탓에 시장 공략에 긴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취업 플랫폼 업체와 해외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이유로 국내 HR업계가에 대한 현지 기업의 수요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HR은 단순한 플랫폼이나 기술로 해결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각국의 노동 시장 구조, 채용 문화, 고용 관련 법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산업"이라며 "이러한 이해를 갖춘 정교한 현지화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지속적인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투자자 입장에선 명확한 수익 모델 없이 장기전을 펼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대부분의 국내 HR 플랫폼은 성과가 가시화되기 전, 철수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stpoemseo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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