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석학들은 해외 엑소더스… 수재들은 의대로

2025-10-13

매년 노벨 경제학상이 발표되는 철이 되면 우리나라 경제학계는 깊은 침묵에 빠진다. 수상자는 물론이고 수상 후보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연구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학자들의 역량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계급장을 떼고 실력으로 붙을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경제·경영 분야 석학이 장기간 머물며 연구 하기에 해외에 비해서 연봉, 연구 환경 등이 열악하다. 이에 경제 부문 인재들이 줄줄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2명은 각각 올 2학기, 내년 1학기에 홍콩 과학기술대 경제학과로 자리를 옮긴다. 홍콩 과기대의 연봉은 서울대의 3배가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도 이유로 꼽힌다. 노벨상은 국제학계가 인정하는 성과를 기반으로 수여되는데 한국 학자들은 아직 학문 교류가 부족하고 학술 영향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교수들도 점점 국제학계와 접점을 확대하고 글로벌 학술지에 논문 게재 건수를 늘리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못 미친다”며 “특히 글로벌 경제학계는 영어권 중심인데 언어의 한계로 한국의 석학들이 서구 학계 중심의 흐름에 편입되기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내 수재들의 기본 진로가 경제학이 아닌 의학으로 치중되는 점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중고등학교에서의 조기 경제 교육 부실, 단기 연구 성과 중심의 연구 풍토가 만연한 점도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환경과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