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기술 진보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연구한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79), 필리프 아기옹 영국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69),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79)가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세 학자는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선정 배경을 밝혔다.
모키어 교수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기술 진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 조건을 파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국에는 <성장의 문화>(에코리브르)라는 저서가 번역돼 있다.
그는 서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던 서유럽과 중국 경제의 격차가 17~18세기 이후 왜 벌어졌는지 연구한 결과, 문화적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17세기 후반에 등장한 계몽주의가 유럽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런 토대가 없었다는 것이다.
모키어 교수는 혁신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려면 ‘과학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과학적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혁신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고 봤다. 그는 사회가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려 있고 변화를 허용해야 혁신이 일어나기 쉽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출신인 아기옹 교수와 캐나다 출신인 하윗 교수는 1992년 ‘창조적 파괴를 통한 성장 모형’이라는 논문을 통해 기업 간 경쟁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새로운 기업이 만든 혁신적인 상품은 시간이 지나면 ‘낡은 것’이 된다. 혁신은 창의적이지만 동시에 파괴적이라는 양면성이 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 경쟁에 몰두하게 되는데, 혁신에서 뒤처진 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두 교수는 2022년엔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 요인으로 플랫폼 지배력과 혁신 기술 등을 지닌 거대 기업의 등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당시 두 교수는 공동 논문을 통해 초지배 기업들이 등장해 혁신 동인을 약화시키고 신생 기업 진입을 어렵게 해 결과적으로 경쟁 약화가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기옹 교수는 수상자 발표 직후 연결된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을 두고 “미국의 보호주의를 환영하지 않는다. 전세계 성장과 혁신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세 학자의 연구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세계 경제에 경종을 울린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는 경제성장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창조적 파괴의 근간이 되는 메커니즘을 고수해 다시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뜻에 따라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인물에게 주는 노벨상은 지난 6일 생리의학상부터 이날 경제학상까지 올해 수상자 발표를 모두 마쳤다. 경제학상은 다른 분야와 달리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벨상이 제정돼 1901년부터 시상을 시작할 당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가 1969년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을 맞았을 때부터 시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