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로 미국 일자리 166만 개 생긴다는데 우리는?

2025-08-28

한·미 정상회담 이후…한국 일자리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끝났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실하게 준비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들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썼던 『거래의 기술』을 직접 읽고 대비했다. 압권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는 준비된 발언이었다. 노벨 평화상을 노린다고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듣기에 기분 좋은 발언이었다. 영어의 라임(운율)도 잘 살렸다.

정상회담 3시간을 앞두고 ‘숙청’ ‘혁명’ 등의 무시무시한 단어가 들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글이 올라왔다. 많은 사람이 긴장하고 걱정했다. 정상회담이 있기 약 2주 전부터 강훈식 비서실장과 와일스 비서실장의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었다. 강 실장은 와일스에게 해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잘 보고해달라고 부탁했다. ‘숙청’ ‘혁명’ 트윗이 해프닝으로 끝난 배경의 하나다.

한국 대기업, 트럼프 1기 이후 1600억+1500억 달러 대미 투자

올해 1분기 한국 일자리 증가 규모는 1만5000명으로 확 줄어

이재명 정부의 법인세 인상은 ‘기업 어려움에 둔감’ 신호 효과

‘부자증세’ 낡은 프레임 폐기하고 ‘한국 일자리’ 창출에 주력을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초청 강연을 했다. 미국의 전·현직 고위 관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은 과거처럼 안미경중((安美經中)을 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 매우 적절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친중 성향으로 생각하는 오해를 푸는 데 도움이 됐다.

이번 방미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들도 대거 동참했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한·미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1500억 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52조원, LG는 35조원, SK는 18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4년간 36조원(26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3월에 밝힌 2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증액한 규모다.

트럼프 협박은 강대국의 횡포지만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류진 회장은 지난 6월에 텍사스·조지아·테네시·인디애나·아이오와 등 25개 주 상·하원 의원 69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그간의 대미 투자 성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트럼프 1기 이후부터 최근까지 한국 기업들의 총 투자 규모는 1600억 달러(약 220조원)였고, 미국 일자리 83만개를 창출했다는 내용이었다. 그간 16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 83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니, 앞으로 15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면 약 83만개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의 투자로 인해 약 166만개의 미국 일자리를 만드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세계를 향해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당시 한국에 대해서는 50% 관세를 발표했고, 이후 25% 관세를 예고했다. 7월 말에는 15% 관세율에 3500억 달러 투자를 합의했다. ‘25% 관세율’을 철회하는 조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미국 제조업 일자리 만들기의 일환이다. 이를테면 ‘관세 25% 때려 맞을래? 아니면 미국 현지에 제조업 투자할래?’라는 양자택일의 협박 정치였다.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25% 관세 폭탄을 맞는 것보다 관세율을 15%로 낮추고 미국 현지에 투자를 확대하는 게 낫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를 보면 ‘강대국의 횡포’임이 분명하다. 다른 한편으로 자국민의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해외기업과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모습이 참 훌륭해 보인다.

그런데, 한국의 일자리 현실은 어떠할까? 며칠 전에 통계청은 ‘2025년 1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24년 1분기 일자리 증가 규모는 31만4000명이었다. 2025년 1분기 일자리 증가 규모는 1만5000명이다. 31만명대에서 1만명대로 쪼그라들었다. 통계가 작성된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일자리 쇼크’ 수준이다. 2018~2025년 1분기 일자리 증감 규모를 비교하면 〈그래프〉와 같다.

2018년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일자리 증가 규모가 30만명 밑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올해 1분기에 왜 이렇게 증가 규모가 줄어들었을까? 건설업에서 15만4000명 줄었고, 제조업에서 1만2000명 줄었다. 다른 분야는 일자리 증가 폭이 줄었다. 일자리 증가를 주도했던 보건·사회복지 일자리는 2024년에는 13만9000명이 증가했는데, 2025년에는 10만9000명이 증가했다. 결국 건설업과 제조업이 가장 많이 줄었지만, 다른 분야도 증가 폭이 줄어들었다.

법인세 납부 1위가 한국은행이라니

올해 1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의 부진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정확한 원인 파악에는 보다 세부적인 자료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12·3 불법계엄 쇼크’가 일차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추가적으로는 제조업 위축 가능성도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중국의 글로벌 과잉공급으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빅4로 불리는 대기업 중에서 2개 정도는 폐업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을 정도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주식양도세의 대주주 요건이 가장 큰 논란이 됐지만, 내용 중에는 법인세 인상도 포함돼 있었다. 최고세율을 24%에서 25%로 올리는 것을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1%포인트씩 올렸다. 법인세 인상의 문제의식에는 윤석열 정부 2년간(2023~2024년) 약 87조원의 세수 펑크가 ‘부자 감세’ 때문이라는 민주당과 진보 일각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팩트’가 아니고, 매우 과장된 인식이다.

반증 자료로 볼 수 있는 게 2025년 법인세 실적이다. 그동안 법인세 납부 1위 기업은 삼성전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25년 법인세 납부 1위는 한국은행이었다. 법인세는 전년도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내는데, 한국은행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를 제치고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았다.

2024년 삼성전자 법인세는 ‘0원’이었다. 전년도에 11조5300억원의 영업적자(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 기준)를 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흑자를 내고, 법인세를 납부한 최초 연도는 1972년이다. 대기업들의 영업 실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법인세는 2022년 103조 6000억원 규모에서 2024년에는 62조 5000억원으로 줄었다. 불과 2년 만에 41조 1000억원이 줄고, 비율로는 약 40%가 급감했다.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 시점은 2022년 12월이었다.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인하했다. 1%포인트 인하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수준의 인하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법인세 인하 혜택을 전혀 못 봤다. 왜냐면 영업실적이 적자였기 때문이다. 법인세 1%포인트 인상을 한다고 기업들이 엄청난 부담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 이재명 정부는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에 둔감하구나~”라는 신호 효과는 분명하다.

기업 어려운데 증세는 상식에 어긋나

한국의 기획재정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일본 기업들의 법인세 세액 공제를 대폭 확대했다. 일본 국내에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5년간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해주고, 설비투자 금액 전부를 첫해 비용으로 처리하는 ‘즉시 상각’ 도입이 주요 내용이다.

민주당은 법인세를 ‘부자증세’ 프레임으로 보는 시각을 폐지해야 한다. 법인(法人)은 사람이 아니다. 법인은 단지 ‘기업’일 뿐이다. 스웨덴 사민당은 지난 100년 중에 약 80년을 집권했는데,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복지 국가들은 법인세 세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사민당이 주도해서 만든 제도였다. 소규모 개방경제 하에서 수출 촉진과 경제 성장이 노동자계급에도 이롭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법인세는 ‘기업 세금’일 수는 있어도 ‘부자 세금’은 아니다.

만일, 가계가 어려울 때 증세를 한다면 상식에 부합할까? 아니다. 가계가 어려우면 국가가 빚을 내서라도 재정 지원을 하는 게 상식이다. 기업이 어려운데 증세를 한다면 그건 합리적일까? 역시 상식에 맞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성장을 강조하고 친기업을 강조했다. 5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에서는 “경제성장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라고 발언했다. 실제로 그렇다. 일자리는 투자를 통해 만들어지고, 투자의 주체는 기업이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특히 대기업이다. 트럼프에겐 미국 일자리가 중요하지만, 우리에겐 ‘한국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