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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선 사업을 놓고 경쟁을 벌여온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이 해외 군함시장에서 ‘원팀’으로 수주에 나서기로 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사업비 7조 8000억원 규모로 6000톤급 최신형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KDDX 사업은 이르면 3월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공동 팀을 구성해 해외 함정 수주에 나서기로 합의했지만 국내 방산 사업 협력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KDDX는 100%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최초의 구축함인 만큼 의미가 남달라 일부에서는 한화(000880)오션과 HD현대(267250)중공업이 공동개발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형 함형 개발 공동 투자, 기술 결집을 통한 개발기간 단축, 분할 건조를 통한 국내 생산 자원 효율적 활용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수출형 함정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함정 수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함정 공동 개발 사례는 적지 않다. 프랑스 나발그룹과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는 2005년 프렘(FREMM) 다목적 호위함 사업 공동 개발을 시작으로 2021년 첫 함정을 진수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8척씩 도입한 이 함정은 이후 미국, 이집트, 인도네시아, 모로코 등으로 총 31척이 수출됐다.
2017년 취역한 영국 해군 최대급(6만5000톤급) 함정인 ‘퀸 엘리자베스호’도 여러 업체가 수주를 놓고 갈등을 빚자 영국 정부가 BAE시스템즈, 탈레스그룹, 밥콕인터내셔널 등 5개 기업과연합 컨소시엄(ACA)을 구성해 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25일 방위사업청사에서 ‘함정 수출 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을 비롯해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대표, 어성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 수출사업을, 한화오션이 잠수함 수출 사업을 주관하고 다른 분야에서는 상대 기업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KDDX 사업자 선정은 당초 지난해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출혈 경쟁으로 미뤄져 왔다. 사업은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개념 설계는 201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본래 기본설계를 담당한 회사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맡는 전례가 이어져왔으나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관련 사업에서 군사 기밀을 탈취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업자 선정이 불투명해졌다. 한화오션 측은 경쟁입찰을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했고 양사는 고소전을 벌이며 법정 싸움을 벌였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다툼은 지난해 11월 한화오션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HD현대중공업도 즉각 고소를 취하하며 화재 무드를 이어갔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소모전을 멈추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KDDX 사업만큼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원칙대로 HD현대중공업이 단독 입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화오션은 경쟁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