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가 아니면 행사 제외”…알리익스프레스, ‘갑질’ 의혹 [알리의 민낯①]

2024-09-23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 회사의 온라인 담당자 김모(36)씨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알리는 김씨 회사의 다른 플랫폼 판매 가격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행사에 참여하려면 무조건 다른 플랫폼보다 가격을 낮추라”고 압박했다. 알리는 가격 인하가 될 때까지 행사 참여를 막았다. 김씨는 “당초 알리가 제시한 행사 참여 조건은 알리 플랫폼 내의 최저가”라며 “규정에도 없는 다른 플랫폼 최저가를 강요하는 것은 ‘갑질’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중국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이하 알리)가 국내 e커머스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거래상 ‘갑(甲)’의 지위를 가진 알리가 ‘을(乙)’인 입점 업체를 상대로 가격 결정에 관여하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저가 강요’는 경영간섭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요기요, 카카오, 쿠팡 등 국내 유통 플랫폼들이 시장을 독식하기 위한 과거의 ‘반칙 행위’를 중국 기업 알리가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조세금융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알리는 일부 입점 업체를 상대로 ‘천억 페스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네이버, 쿠팡, G마켓, 11번가 등 국내 e커머스 플랫폼과 동일 혹은 더 낮은 수준의 가격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체들은 준비했던 행사 참여를 미루거나 알리의 압박에 가격을 낮췄다. ‘을’인 입점업체 입장에서 ‘갑’인 알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 인하를 요구 받지 않은 업체도 ‘무자격’ 등 불분명한 사유로 행사 참여에 제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행사 배제를 내세워 다른 플랫폼보다 무조건 가격을 낮추라는 일종의 ‘갑질’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 행사조건 ‘알리 내 최저가’ 명시…뒤에선 ‘다른 플랫폼 최저가’ 요구

‘천억 페스타’는 알리의 주력 행사다. 알리는 한국 전문관 ‘K-Venue(케이베뉴)’에 입점한 삼성전자, CJ제일제당, 유한양행, 농심, 동원, LG생활건강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자사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천억 페스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알리가 명시적으로 밝힌 행사 조건에는 다른 플랫폼보다 가격이 낮아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알리의 판매자 계정 및 프로모션 가이드에 따르면 ‘천억 페스타’ 참여 조건은 ▲최근 90일 스토어 평점 92% 이상 ▲최근 90일 DSR 상품 평점 4.2 이상 ▲무료배송 ▲(알리 내) 최저가 등이다.

입점 업체들이 주목하는 건 ‘최저가’ 부분이다. 알리 내부 행사 규칙 및 웨비나에 참석한 업체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최저가는 ‘알리 내 최저가’로 명시되어 있다.

알리가 다른 플랫폼 최저가를 요구했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알리의 ‘최저가 강요’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관련 사안을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플랫폼, 행사 조건 충족 시 누구나 참여 가능

유통업계는 플랫폼 기업이 공식적으로 공지한 행사 참여 조건을 무시하고 다른 조건을 내건 사례는 드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행사 조건에 대한 공지는 플랫폼 기업과 입점 업체(소비자) 간 일종의 약속으로, 이를 어기는 것은 위법 여부를 떠나 신뢰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달 초 유사한 행사를 진행한 G마켓‧옥션의 ‘빅스마일데이’ 참여 조건은 집계 기간(8월 19일~8월 25일) 내의 최저가 유지다. 여기서 최저가는 G마켓‧옥션 플랫폼에서의 최저가를 뜻한다. 비슷한 시기에 ‘2024년 추석 프로모션’을 진행한 11번가는 행사 신청 기간 3주전에 11번가 플랫폼 내 평균가만 유지하면 누구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국내 e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유독 알리만 규정에도 없는 행사 조건을 제시하며 입점 업체를 상대로 횡포를 부리는 모습이다.

알리 관계자는 “알리는 판매자들이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천억 페스타', '그룹딜' 등 다양한 프로모션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셀러들에게 시장 가격 이하로 가격을 책정하도록 강요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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