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 4주기’인데···인권위, ‘변희수재단’ 설립 안건 상정조차 안 해

2025-02-27

성확정(성전환) 수술 후 군에서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숨진 고 변희수 하사의 이름을 건 ‘변희수 재단’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 산하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하기위해 지난해 5월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27일 상임위원회를 열고도 변희수재단 설립 안건(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의결의 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일 열린 상임위에 이 안건을 상정했지만 김용원 상임위원이 자료 보완·제출을 요청하면서 보류했다. 27일은 변 하사의 4주기가 되는 날이다. 변 하사의 유족은 인권위에 항의하고 “재단 설립을 빠르게 인가해달라”며 안건 의결을 촉구했다.

인권위가 변희수재단 준비위에 ‘기본재산 5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는지, 창립총회에서 선출된 임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지, 사무실 운영과 관련한 증명서류 등을 현재 시점으로 보완해 제출할 것’과 ‘변희수재단 설립에 고인 실명을 사용하는 것에 관한 유족의 입장’ 등을 요구했다.

변희수재단 준비위는 지난 26일 변 하사가 안장된 대전현충원을 참배한 뒤 유족을 만나 재단에 변 하사의 실명을 쓰는 것에 관한 동의서를 받았다. 변희수재단 준비위 공동대표인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이사장은 “변 하사 부모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고, 이를 요청한 김 위원에 대해 불쾌감이 있었지만 충분히 얘기하고 동의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변 하사의 유족은 26일 동의서와 함께 인권위에 변희수재단 설립을 촉구하는 편지도 보냈다. 유족은 이 편지에서 “9개월 동안 인권위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법인 설립을 심의하지 않고 최근에서야 안건 심의를 한 후 보류 결정을 했다는 소식에 유감을 표한다”며 “저희 부부가 자식을 추모하는 법인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설마 동의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시기라도 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차와 요건에 문제가 없다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변희수재단 설립을 빠르게 인가해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변희수재단 출범은 계속 난항을 겪어왔다. 안건을 심의할 인권위 내에서부터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김용원·이충상 위원 등이 성소수자 혐오로 비칠 수 있는 의견을 내비쳐왔다. 이충상 위원은 결정문을 쓰는 과정에서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됐고, 안 위원장은 그의 저서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성소수자에 관한 편견으로 취임 전부터 비판과 우려를 받아왔다. 변희수재단 준비위 상임활동가인 하루(활동명)는 “인권위에서조차 성소수자를 차별하니 사회 전체적으로 혐오와 차별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생긴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변 하사가 떠난 지 4년이 지났지만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 그로 인한 당사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접수한 상담 신청자 중 65%가 트랜스젠더 청소년일 만큼 문제가 집중돼 있다”며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푸는 걸 도와줄 커뮤니티나 기관이 없는데, 이 역할을 하려 했던 것이 변희수재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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