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저성장·저출산 및 고물가의 고착화, 소득수준의 양극화, 은행의 비대면 금융서비스 확산, 인구의 도시 집중화에 따른 지역소멸화 등으로 중·저신용자 고객 및 대면 중심의 비은행 예금수취기관은 대출자산 부실화와 함께 고객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서 비은행 예금수취기관은 새마을금고·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의 상호금융기관과 저축은행이다. 이들 기관은 그간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1997년과 2008년 두차례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대출확대를 통해 지역주민 및 농민의 후생 증대에 크게 기여해왔다. 지난해말 기준 이들 기관의 가계 여수신은 전체 가계 여수신의 30∼40%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이들 기관의 대출 부실률이 증가하자 금융당국은 자산건전성 규제를 은행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바람직하지만, 현행 국내 예금수취기관에 대한 법률과 규제 체계에선 이들 기관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건전성 규제 강화책에 앞서 보완책이 필요하다.
현재 유럽연합(EU)은 모든 예금수취기관에 대해 단일 은행업통합법 체계를, 미국은 은행과 협동조합을 구분한 이원화된 법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EU의 경우 건전성 규제(자본적정성, 유동성 등)만 만족하면 협동조합법인 형태로도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예금수취기관은 시중은행·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상호금융·저축은행 등이 개별화된 법체계에 기반해 금융서비스 업무 범위를 차별화하고 있다. 은행이 가장 폭넓은 업무 범위를 갖고 있어 고객 대부분이 고신용자이며, 비은행 예금수취기관은 중·저신용자 고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비은행 예금수취기관에서 중신용자가 고신용자로 성장하면 대부분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옮기기 때문에 비은행 예금수취기관의 금융포용 기능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이 과정에서 투자되거나 상각된 비용은 회수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런 체계에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못하며 향후 금융수요가 축소된다면, 장기적으로 비은행 예금수취기관은 대출부실과 고객 감소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는 그간 국민경제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던 이들 기관의 성과를 무시하고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을 지속적으로 인가해왔다. 이는 성과 보상 원칙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당초 대출금리 인하촉진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은행의 수익성만 키워 대출 고객의 후생 증대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론 대면 중심의 비은행 예금수취기관 퇴출을 가속화해 은행 중심의 과점시장으로 재편될 우려까지 있다.
전문가들은 모든 예금수취기관에 대해 단일 통합법 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EU에 주목한다. 이같은 법체계가 규제 일관성으로 효율성 증대는 물론 경쟁 촉진과 금융포용의 기능성도 높기 때문에 국내에도 은행업통합법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일기능·동일규제·동일업무 원칙인 은행업통합법은 예금수취기관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뿐더러, 경쟁 촉진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 등 금융소비자 후생 증진은 물론 금융포용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해볼 만하다. 또한 비은행 예금수취기관들이 직면하는 위협요인들은 앞으로도 축소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은행업통합법은 소규모 조합 및 저축은행 간의 자율적인 합병의 촉진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윤건용 서강대 경제대학원 ESG경제전공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