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직원은 "덕업일치" 기업은 "일석삼조"…제2의 충주맨 뜬다, 왜

2025-10-16

식음료·유통가 ‘MZ 활용법’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은….”

유튜브 영상 속에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한 남성이 등장하더니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이렇게 외친다. 이후 그는 ‘신상 굿즈’ 언박싱(개봉)을 시작한다. 주인공은 스타벅스코리아의 직원 전현우(34)씨. 전씨는 동료 김준형(31)씨와 함께 스타벅스코리아의 공식 유튜브 채널 ‘727 스튜디오’를 올해초부터 운영 중이다. 두 사람이 기획·촬영·편집까지 전 과정을 맡는다.

유통·식음료 업계에 MZ세대(1981년~2010년 출생자) 직원을 전면에 내세운 온·오프라인 홍보·마케팅이 확산하고 있다. 직원이 본업을 넘어 유튜버·모델·연기자 등으로 변신해 제품·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린 전략이란 분석이다. 우선 핵심 소비층이자 소비 결정에서 경험과 감성을 중시하는 MZ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기업 이미지 향상과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내 이웃처럼 친근한 직원의 경험과 추천은 유명인보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라며 “기업으로선 비싼 출연료를 쓰지 않고 ‘직원들에게도 신뢰받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MZ 직원들의 자아실현 욕구도 충족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스타벅스코리아의 김준형씨는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다”며 “소비자들이 친구의 소셜미디어(SNS)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구독자는 9개월 만에 6만4000명을 넘었다. 전씨는 “내가 평소 좋아하는 영상 촬영과 회사를 알리는 일을 동시에 하니 ‘덕업일치(덕질과 직업의 일치)’”라며 “올 안에 구독자 10만 명을 넘기고 언젠가 ‘제2의 충주맨’(인기 공무원 유튜버), ‘스벅맨’으로 불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에선 신제품 홍보 사진에 MD(상품기획)부서의 MZ 직원들이 자주 출연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실제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전문 모델 아닌 직원을 투입했는데, 최근엔 이를 개인 포트폴리오로 여기는 젊은 직원들의 호응이 좋아서 신제품 홍보 전반에 MZ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GS 관계자는 “MZ 직원들은 제품과 어울리는 의상이나 콘셉트를 맞춰서 준비해 올 정도로 자신을 알리는 데 거침없다”고 말했다.

식음료·유통 업계의 ‘MZ 직원 활용법’은 다양해지고 있다. 동원그룹은 MZ 직원들이 토크쇼 진행자로 나서 임직원과 업무 성과를 주제로 대화하는 영상 등을 공식 유튜브 채널(동원TV)에 올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젊은 바이어들이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들을 공식 SNS 계정에 게시했다. 또 롯데마트는 MD들이 신선 먹거리 발굴을 위해 발로 뛰는 영상을 공식 유튜브에 공개한다.

MZ 직원의 참여 효과는 실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직원이 홍보 모델로 참여한 음료 ‘얼박사’는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50만 개를 돌파했다. 동원그룹의 직원 출연 영상은 많게는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는 “MZ 직원들이 홍보나 마케팅을 주도하는 추세는 업계 전 분야로 확산할 것”이라며 “기업은 MZ 직원들의 재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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