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조선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지만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의 R&D 투자액은 2018년 2005억 원을 저점으로 매년 늘어나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중은 2016년 0.5%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까지 9년째 0%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선박 수요자인 선주들이 기술 개발에 보수적이어서 조선 업체들도 R&D 비중을 높이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중국 조선사들은 풍부한 R&D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국 조선업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조선 업체의 R&D 인력은 1300명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 조선 분야 R&D 인력은 1만 8000명으로 한국의 약 14배에 달한다. 중국 조선사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수주 선종도 벌크선 중심에서 컨테이너선·가스운반선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이 모든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우려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친환경·고효율 선박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0.7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K조선이 중국의 도전을 따돌리려면 민관정이 힘을 모아 차세대 선박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조선 업계는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같은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형 선박에 선제 투자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R&D 인력 확보에도 총력전을 펴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K조선과의 협력 필요성을 거론한 만큼 한미 통상 협상에서 이를 지렛대로 활용하려면 군함 건조는 물론 선박 보수·수리·정비 분야의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세제·예산 등 전방위 지원으로 K조선의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첨단 선박 기술 R&D 인력에도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조선 업계의 호소를 경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