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원 30% 몰려…정부 대책도 안 먹히는 '사교육 1번지'

2024-10-17

학령인구 감소로 서울 대부분 지역의 학원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강남 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만은 예외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 불안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강남의 학원가를 계속 찾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 3구 출신 학생들이 명문고와 의과대학 진학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면서 ‘강남 불패’ 신화는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1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 초 기준 강남 3구에 위치한 학원 및 교습소는 4044곳으로 서울 전체 학원 수(1만 4499곳)의 30.3%를 차지했다. 2019년 초 28.3%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5년간 수차례 사교육 및 교육 기회 불평등 해소 대책을 내놓은 것이 무색하게 강남 3구에 학원이 계속 들어서며 사교육 중심지로서의 입지를 오히려 강화하는 모습이다.

학원가의 강남 3구 쏠림 현상의 배경으로는 교육 당국의 잦은 대입 제도 개편과 과도한 입시 경쟁이 꼽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시와 정시 전형의 비중부터 학생기록부 평가 방식,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기조까지 많은 부분이 휙휙 변하다 보니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 정보가 풍부한 강남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치동 영어학원의 한 강사(29)는 “대치동 학원가는 유명 강사를 초빙해 질 높은 강의를 제공하고 맞춤형 상담 서비스까지 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수요를 100% 충족하려고 한다”며 “점점 많은 학생들이 강남권 학원을 찾아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여기에 강남 출신 학생들의 뛰어난 입시 성과도 한몫한다. 실제로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서울 외고·국제고 입학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내 외고·국제고 입학생 총 1499명 가운데 강남 3구 출신이 328명으로 21.88%를 차지했다. 강남구에서만 144명이 외고·국제고로 진학했으며 송파구와 서초구는 각각 117명, 66명이었다. 2023학년도에도 입학생 1484명 중 320명(21.56%)이 강남 3구 출신으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입시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의과대학 진학에서도 강남 3구 학생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강남 3구 출신 의대 신입생 비율’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전국 39개 의과대학 신입생 3145명 중 강남 3구 출신은 418명으로 13.29%를 차지했다. 가톨릭대 의대의 경우 올해 입학생의 34.74%가 강남 3구 출신이었으며 서울대 의대도 23.91%에 달했다. 이 외에 단국대 천안캠퍼스(33.33%)와 한양대(31.82%), 중앙대(29.07%), 이화여대(27.63%) 등도 의과대학 입학생 10명 중 3명은 강남 3구 출신 학생들이었다.

강남에서 입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강남 출신 학생들의 입시 결과가 좋다 보니 방학 때 강원도 삼척에서 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강남을 찾는 학생들도 있다”며 “강남에 있는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학생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교육의 강남 쏠림 현상이 서울과 지방 간 교육 격차를 벌리고 ‘교육 양극화’ 등 사회적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또 점점 많은 인구가 강남 지역으로 몰리면서 주택 가격을 밀어올리고 나아가 저출생 문제를 심화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강남을 중심으로 한 교육열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대출이 늘어나는 동시에 불평등이 심해지고 지방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 3구에서 학교나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교육 인프라를 강화해 사교육 수요를 줄이고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 학부모와 학생들의 입시 불안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대학 입시 제도를 전방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실력만으로 줄 세우기를 하는 한 강남 집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입시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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