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선청소기의 핵심 성능인 흡입력이 제조사마다 서로 다른 단위로 표시돼 소비자들이 제품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파스칼(Pa) 단위를 흡입력으로 표시한 제품은 실제 성능보다 우수한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있어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한국소비자원은 18일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함께 삼성전자, LG전자, 다이슨, 샤오미 등 10개 무선청소기 제품을 대상으로 흡입력 시험평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10개 중 삼성·LG·다이슨 3개 제품만 표시된 수치를 충족했으며, 드리미 1개 제품은 표시치의 80%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 6개 제품은 흡입력과 직접 관련이 없는 Pa 단위를 사용해 소비자가 성능을 과대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a는 청소기 내부 압력 상태인 ‘진공도’를 의미하는 물리량으로, 실제 먼지를 빨아들이는 성능을 보여주는 흡입력과는 별개다. 국제표준(IEC)과 미국재료시험협회(ASTM)는 흡입력을 각각 와트(W), 에어와트(AW) 단위로 규정하고 있어 수치만 놓고 보면 ‘만’ 단위의 Pa가 ‘백’ 단위의 W·AW보다 더 커 보여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다.
실제 시험 결과, Pa로 표시된 제품들의 최대흡입력은 58~160W 수준에 불과했으며, 이는 표시된 1만 8000~4만 8000Pa 수치와 단순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삼성·LG·다이슨은 모두 280W 이상을 기록해 표시치를 충족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내년 초까지 국제표준을 반영한 국가표준(KS)을 제정해 흡입력을 W 단위로 통일할 방침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청소성능·소음·먼지 재방출량 등 시험 설비를 마련해 제도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며, 한국소비자원은 8개 수입업체에 선제적 개선을 권고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에너지공단에 무선청소기를 효율관리기자재 대상으로 지정해 에너지효율 등급과 청소성능 표시 의무화를 검토할 것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