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요청한 고정밀 지도 두고 “韓만 안된다”vs"안보위협" 갑론을박

2025-06-22

구글에 이어 애플도 최근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요청한 가운데 허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선진국 중 한국에서만 지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정부에 1대 5000 축적의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2023년 애플이 요청한 지도 데이터 반출을 정부가 거부하고 2년 만이다. 정부는 올해 9월까지 애플의 요청에 대해 답변을 줘야 한다.

구글 역시 올해 2월 1대 5000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구글 역시 2011년과 2016년 구글 지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한 바 있다. 구글이 요청한 심사는 현재 진행 중으로, 정부는 오는 8월 11일까지 반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청하면서 허가 여부를 두고 업계에서도 논의가 치열하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선진국 중 거의 한국에서만 지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점을 꼽는다. 현재 북한, 중국, 시리아 등 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글·애플의 지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획득한 고정밀 지도를 통해 지도 서비스를 고도화하면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은 최근 관광학회지 ‘관광레저연구’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서 “구글 지도 사용이 허용될 경우 2027년까지 최대 680만 명의 외래 관광객이 추가 유입돼 관광수입이 226억 달러(약 31조 원)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반대 입장도 팽팽하다. 우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정현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는 지난 달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반출이 국내 산업·경제·안보에 미칠 영향’ 토론회에서 “한국은 북한 도발 위협에 항상 노출돼있는 유일한 분단국가”라며 “구글에 고해상도 지도 데이터가 넘어갈 경우 군 정밀타격 위험, 정보 테러 등 국가안보가 위협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정부가 구글과 애플의 반출 요청을 거부한 이유도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다만 구글의 경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지난 2016년 신청 때와는 달리 △주요 보안 시설에 대한 블러(가림) 처리 △한국 정부와 소통하는 임원급 담당 책임자 지정 △핫라인(직통 연락처) 구축 등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것들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애플 역시 서버를 국내에 두고 운영하고, 네이버·카카오(035720) 등이 하고 있는 것처럼 안보 시설을 가림·위장·저해상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글로벌 빅테크가 고정밀 지도를 얻게 되면 자율주행 등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사업도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양측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구글은 자율주행처럼 고도화된 기술을 위해서는 적어도 1대 500 축적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요청한 1대 5000 축적의 데이터로는 한국에서 자율주행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반출이 허가되더라도 실제로 서비스를 운영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까닭에 현재 나오는 우려들이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위한 기본 인프라로 구축 중인 ‘정밀도로지도’ 역시 1대 500 축적을 기반으로 한다.

치열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을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하면서 압박을 가하는 등 대내외적 상황이 복잡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도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앞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정밀 지도는) 안보와 디지털 주권에 직결되는 핵심 자산인 만큼 국외 반출에 아주 전략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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