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못참는다··· ‘성남시 공모전’ 논란 확산

2025-06-22

게임단체, 보건복지부에 공개 질의 “25일까지 입장 밝혀라”

연말 WHO 반영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 초안 앞둬

“과학적 근거 부족한 상황에도 ‘질병코드 등록’ 위기감 커져

게임을 이른바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한 성남시의 ‘AI 활용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게임인재단,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한국게임정책학회, 한국컴퓨터게임학회, 한국e스포츠산업학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등 13개 단체는 지난 20일 ‘게임·인터넷협단체’라는 이름으로 연대 체계를 구축하고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다.

질의서에서는 ▲보건복지부의 해당 공모전 관여 여부 ▲인터넷 게임을 4대 중독 중 하나로 간주하는지 여부 ▲게임을 향한 부정적 인식 강화 방지 위한 방안 여부 ▲공모전 주최 측이 용어를 바꾼 경위 인지 여부 ▲공모전과 관련해 사과할 용의 여부 ▲해당 공모전 중단 및 재검토 여부 등이 담겼다.

게임·인터넷협단체는 “게임을 도박·약물·알코올과 나란히 열거하는 것은 실질적인 낙인을 유발하고, 산업 종사자들과 이용자들의 자존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복지부가 25일 오후 5시까지 이번 질의에 대한 공식 입장을 서면 또는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것을 요구했다.

최근 성남시가 주최한 ‘AI 활용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은 인터넷 게임을 도박, 알코올, 약물과 함께 ‘4대 중독’으로 명시해 논란이 됐다. 특히 성남시가 K-게임의 메카인 판교테크노밸리를 관할하는 자치단체라는 점에서 게임업계의 분노는 크다.

파장이 커지자, 성남시와 성남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SNAC)는 ‘인터넷 게임’에서 ‘인터넷’으로 표현을 수정했지남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가 이번 사안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초안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11차 국제질병분류’(ICD-11)에서 ‘게임이용 장애’를 도박 중독과 같은 분류인 중독성 행위 장애에 올렸고, 우리나라 통계청은 ICD-11 기준을 반영한 ‘제10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10) 초안을 올해 말 공개할 예정이다. 만약 WHO의 기준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코드로 등록이 된다.

WHO가 정의한 ‘게임이용 장애’는 12개월 이상 게임 사용을 조절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개인의 일상생활에 손상이 초래되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이같은 정의가 도박, 알코올, 약물과 같은 선상에서 임상에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국내외 다수의 연구 결과도 WHO의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년 게임 이용자 패널 연구(5차년도)’에서는 WHO 기준에 해당하는 게임 이용 장애 사례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임에도 ‘게임=중독’이라는 정책적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하는 게임업계의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복지부에 ‘게임 중독’ 표현을 시정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편 북미·유럽의 경우 질병 코드 등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APA)는 게임이용 장애를 ‘공식 진단 항목’이 아닌 ‘연구 필요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유럽 다수 국가도 게임을 영화·TV 등 미디어 콘텐츠의 하나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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