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납치 737일 만에…이스라엘은 팔 수감자 1966명 풀어줘
트럼프, 이 방문 후 이집트서 휴전 서명식…2단계 합의 ‘안갯속’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이 가자 전쟁 발발 737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2000명에 대한 석방 절차를 개시하면서 가자 전쟁 종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양측의 1단계 합의가 이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자 전쟁이 끝났다”고 주장했지만 2단계 합의를 위한 협상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이견 탓에 아직 본격화되지 않아 타결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마스는 13일 오전(현지시간) 이스라엘 인질 7명을 우선 풀어주며 인질 석방 절차를 시작했다. 1차로 풀려난 인질 7명은 크라프 아자 키부츠에서 납치된 28세 쌍둥이 갈리와 지브 베르만(28), 나할 오즈 키부츠에서 납치된 오므리 마란(48), 탱크에서 납치된 이스라엘 군인 마탄 앙그레스트(22), 노바 음악 축제에서 납치된 에이탄 모르(25), 알론 오헬(24), 가이 길보아달랄(24)이다. 하마스는 이어 인질 13명을 추가로 석방했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데려갔다. 하마스는 개전 직후와 지난 1월 이스라엘과 합의한 데 따라 인질 일부를 각각 석방했으며 이날까지 억류하던 인질은 생존자 20명과 사망자 유해를 포함해 48명(가자 전쟁 이전 납치된 1명 유해 포함)이었다.

이날 석방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구상에 따라 지난 10일 정오 발효된 휴전 합의 1단계에 따라 이뤄졌다. 하마스는 합의에서 휴전 발효 72시간 이내인 이날 정오까지 인질 전원을 석방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인질들이 모두 석방되는 것을 확인한 뒤 종신형을 선고받은 250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수감자 1966명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인질 석방 소식이 전해진 이스라엘은 축제 분위기였다. 시민들은 새벽부터 텔아비브 인질광장에 운집해 이스라엘 국기, 노란색 리본과 풍선 등을 흔들며 인질들의 귀환과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를 표출했다.
인질 마탄 장가우케르의 어머니 에이나브 장가우케르는 풀려난 아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전쟁은 없다, 끝났다”면서 “너는 집으로 돌아오고 있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TV 중계를 통해 인질 석방 장면을 지켜봤다. 그는 텔아비브에서 인질 가족들을 만난 뒤 이스라엘 의회에서 연설했다. 이어 오후 이집트에서 열리는 가자지구 휴전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럽 등 세계 20개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자 휴전 합의 서명식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에게 “전쟁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휴전이 지속될 것으로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내에서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가 자신이 관여한 일 중 가장 큰 성과가 될 수 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영원한 사랑과 평화”라고 답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인질 석방을 앞두고 공개한 영상 성명에서 “군사작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 앞에는 여전히 중요한 안보 문제가 남아 있다. 일부 적들은 우리를 다시 공격하기 위해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전 합의 1단계가 이행됐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가자지구 통치체제를 둘러싼 2단계 합의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하마스는 무장해제와 가자지구 통치 배제에 대해 반대하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장해제 없이 영구적인 종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휴전 협정을 중재하고 있는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포괄적 합의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