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파일럿 "교회에서 커밍아웃하고 쫓겨났다… 슬픔 극복이 안돼"

2025-08-05

지난 4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는 미국에서 항공 조종사로 일하고 있는 사연자가 출연했다.

사연자는 고등학교 시절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이민을 갔으며, 현재는 미국에서 거주 중인 이중국적자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 마음 아픈 일이 있어서 한국을 떠났는데, 지금 미국에서 편하게 잘살고 있는데도 한국에서 있었던 슬픔, 증오 극복이 안 된다. 잘못 살아온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러 왔다”라며 고민을 이야기했다.

이수근이 "고등학교 시절 한국에서 힘들었던 일이 이민 결정에 영향을 준 것이냐"고 묻자 사연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여성스럽다고 아이들한테 많이 놀림당하고, 왕따당하고, 맞기도 하고, 친구 없이 그렇게 살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며, 고2 때 처음 사귄 친구가 자신과 어울리자 다른 아이들로부터 사연자의 애인이냐며 놀림당하는 상황을 마주한 후 부모님께 ‘한국에서는 잘 못 살 것 같다. 외국에 보내달라’고 해서 한국을 떠났다고 밝혔다.

사연자는 “처음에 캐나다 가서 ‘한국’ 자체가 싫어서 옛날 기억을 다 버렸다. 졸업 앨범, 노래 테이프, CD부터 한국 사람까지 절대 안 만났다”라고 말했다.

이에 서장훈은 “한국에 있었을 때 괴로웠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기억이나 모든 걸 지워버리기 위해서 한국어도 안 쓰고 한국 사람도 안 만나고 이러다 보니까 말이 이렇게 됐을 수도 있겠다"라며 "이해가 된다”라고 한국말이 서툰 사연자를 이해했다.

캐나다 생활이 어땠느냐고 묻는 이수근에게, 사연자는 “쉽지 않았다. 교회에서 커밍아웃하고 쫓겨났다”고 답했고, “나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고, 맞는 것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부모에게도 밝혔냐”라는 서장훈의 질문에, 사연자는 “얼마 안 됐다. '떳떳하게 나 자신 위해서 살겠다' 했는데도 가족들에도 말을 못 하겠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동생한테 먼저 말했다”며 “미국에서 결혼해서 남편과 10년 동안 있었다가 2년 전에 이혼했다"고 고백했다.

사연자는 30대 후반부터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부모와 나누지 못 것에 관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을 잃더라도 커밍아웃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이야기했다.

사연자는 “내가 말했는데 난리가 났다. 소리 지르고, 울고”라면서, 쉽지 않았던 '커밍아웃' 과정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연자의 부모님은 작년에 둘이 함께 서울 퀴어 퍼레이드 가서 다른 게이 부모들을 만나고 사연자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한테 한 말이 ‘네가 게이로서 이 세상을 이렇게 힘들게 살아온 걸 몰랐다’”라고 했고, “그때부터 엄마, 아빠하고 더 말하게 됐다”라면서 “마음이 많이 풀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서장훈은 “부모가 가장 넘기 힘든 벽이다”라면서 “가장 큰 벽을 넘었네”라고 위로를 전했다.

한편, 사연자는 그동안 한국을 잊고 살았으나, 다시 한국을 떠올리게 한 경험을 밝혔다. 그는 유튜브에서 머리카락 염색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K-POP 영상을 보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 거부감이 들어 안 봤지만 어릴 때 듣던 한국 노래가 나오자 저도 모르게 듣게 됐고, 눈물이 났다고 소개하며 이때를 기점으로 한국이 계속 생각났다고 말했다.

사연을 들은 서장훈은 “여러 가지로 가슴이 아프다”라며 “어릴 때부터 얼마나 고생했냐. 이게 본인이 내 맘대로 바꾸고 어쩌고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라고 그의 마음을 보듬었다.

또, “마음을 더 편안하게 가지면 한국을 대하기가 편해지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이수근은 “네가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사연자는 “내 사진이 로맨스 스캠에 지금 사용되고 있다”라면서 로맨스 스캠의 당사자가 본인이 아님을 해명하고 싶다고 부탁했고, 서장훈은 시청자들에게 “속지 말라”라고 메시지를 전하며 그의 부탁에 응했다.

이정문 온라인 뉴스 기자 moon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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