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지속가능한 친환경 콘텐츠 제작 고민 필요

2024-10-07

최근 여러 산업 부문에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구의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 문제 등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어 탈탄소화를 포함한 환경영향 저감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산업 부문에서 사회적·환경적 책임 부여와 함께 지속 가능한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및 방송 등의 시청각미디어산업의 경우 타 산업 대비 탄소배출에 대한 중요도와 긴급도가 높지 않아 환경 영향과 탄소 절감에 대해 주목받지 못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Global Ratings·2019)는 산업별 ESG 위험과 관련해 미디어의 환경 및 사회 부문에서 위험도를 중간 수준으로 평가했다. 환경과 사회를 통합한 위험도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은 레저, 통신 등은 물론 낮은 위험 수준으로 분석된 은행보다도 미디어의 환경 위험도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광업, 석유, 발전, 화학, 농업, 자동차 등의 경우 원재료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각미디어산업에서의 전력 사용과 특수효과, 야외촬영, 케이터링 등 제작과정 전반은 실질적인 환경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제작 관행 변화 등 실질적 행동을 추진해야 한다. 또 시청각미디어산업은 각각의 매체가 소비와 생산에 대해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제작된 콘텐츠가 우리의 소비 습관, 정보 전달 방식과 관련해 문화적 영향력을 형성하고 전파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이제는 시청각미디어산업에서도 환경 문제가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중요한 시대적 과제임을 인지해야 한다. 또 국내외에서 전체 산업에 대해 환경과 관련한 규제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국내 시청각미디어산업 내 대부분의 환경 정책은 친환경 콘텐츠 제작 방안 모색, 환경친화적 소재 사용 등 탄소배출 저감 실천을 위한 기업별 전략 수립 등을 통해 탄소배출 규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환경 영향 및 탄소 절감을 위한 인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으며 관련 제도 역시 이제 준비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탄소계산기를 활용한 탄소배출량 측정 및 관리, 에코매니저 양성, 교육 등을 통해 산업 내 환경 이슈들을 긴 시간에 걸쳐 논의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유럽의 경우 EU 그린 딜(Green Deal) 2030의 일환으로 미디어산업에서의 친환경 전략을 마련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친환경 콘텐츠 제작을 위한 네트워크 구성 및 교육 훈련을 제공하는 'Greening the Creative Europe program'을 운영하고 있으며, 콘텐츠 제작시 발생되는 탄소배출량 측정을 위한 Interreg Europe '그린 스크린' 프로젝트의 Eureca, 프랑스의 Carbon'Clap,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의 KlimAktiv-Greenshooting-CO₂-Calculator 등의 탄소계산기를 이미 개발해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 프로듀서 조합(PGA)과 지속가능한 제작사 연합(SPA)이 2010년 공동으로 그린 프로덕션 가이드(Green Production Guide)를 제정해 환경 영화 제작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탄소계산 툴킷을 보급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지속가능한 제작 환경을 위한 이니셔티브로서 릴그린(Reel Green)을 설립해 운영하는 등 산업계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속가능한 영화제작을 위한 환경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영화 제작 현장에서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2024년에는 '영화 제작-상영 단계별 탄소절감 정책 연구'를 통해 탄소배출원 분석하고 측정하는 방안을 연구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도 2023년 '친환경 콘텐츠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산업 내 관심을 촉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친환경 콘텐츠' '친환경 제작' 등에 대해 낯설게 여기고 적용하기 어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탄소 저감을 위한 활동과 환경 보전에 대해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이를 콘텐츠 제작과 상영 등에 반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외부의 동기가 부족한 것이 현 상황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국내 시청각미디어산업의 환경 영향 및 산업 내 탄소 절감을 위한 인식 확산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설계한다고 해서 산업 내 이용자들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시청각미디어산업의 제작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탄소발자국의 부정적 영향, 지속가능한 친환경 제작 관행 마련, 친환경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콘텐츠 제작의 전략 등과 관련한 교육을 마련이 필요하다. 이후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제작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기획, 촬영, 편집, 후반 작업 등 단계별 친환경 방안을 연구하고 실제로 적용해 보는 과정과 함께 환경책임자와 같은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의 콘텐츠 제작 방식의 환경적 변화와 더불어 시청각미디어산업에서의 친환경 콘텐츠 제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더 나은 대안과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혜원 오픈루트 책임연구원 newwod@openrout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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