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만 "나는 '쇼맨'… 관객 시선 사로잡는 무대가 나의 목표"

2025-11-12

"저는 멋진 쇼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감명을 주는 장면들을 무대에 올리려고 하죠. 그런 측면에서 저 역시 '쇼맨'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관객에게 시각적 충격을 주는 대담한 무대로 유명세를 탄 스웨덴 출신의 현대무용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41)은 1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무대 위로 4만 개의 녹색 공을 쏟아낸 '플레이(PLAY)'와 5000리터 물로 무대 위 호수를 구현해낸 '백조의 호수' 등으로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는 신작 '해머'로 한국을 찾았다.

2022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초연된 '해머'는 에크만이 휴가철 그리스의 한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젊은 관광객들이 즐겁게 놀다가 한 명이 스마트폰을 꺼내 주변을 촬영하는 순간 모두가 자연스러운 척 하면서도 카메라를 의식하는 모습에서 SNS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해머'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에크만은 "어쩌면 지금 우리는 스스로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감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공감을 얻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제목인 '해머'는 말 그대로 망치를 뜻한다. 에크만은 실제 무대 위에 해머가 자리잡아 인물들 간에 이기심이 커져 싸움 등이 벌어지는 순간 상황을 해결하는 도구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에는 이타심과 이기심 등의 감정이 등장하는데 이때 이기심이란 자아(에고)가 단단하게 굳어지면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자주 생각해 왔다"라며 "해머로 굳은 자아를 깨드린다면 우리가 좀 더 쉽게 소통하고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표현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크만은 '해머'에서도 '플레이', '백조의 호수'처럼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장면이 있을 테니 반응을 기대한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1막의 마지막에 대해서는 "이타심과 사랑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무대가 사랑 에너지로 가득찰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또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시도가 있는데 리액션이 극의 일부가 될 수 있으니 기대가 크다고 짚었다. 에크만은 "심지어 야유를 보내도 좋다. 아티스트로서는 괴롭겠지만 야유도 리액션의 일부"라며 "야유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민주적이라는 뜻이고 전체적으로 예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일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21살에 안무가로 데뷔한 에크만은 촉망받는 무용수에서 안무가로 전향한 계기에 대해 "우연히 안무 워크숍에서 만든 작품이 관객들에 큰 호응을 얻으면서 안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며 "아이디어를 안무로 구현해 작품을 만들고 관객과 소통한다는 지점이 무척 흥미로웠기에 자연스레 새로운 도전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해머'는 북유럽 최정상 현대무용단으로 꼽히는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공연한다. 이 무용단에 소속된 한국 무용수 김다영과 정지완도 무대에 오른다. 2016년부터 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카트린 할 예술감독은 "'해머'는 오늘날 사회를 반영하는 목소리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우리 목표와 부합하는 작품"이라며 "한국 관객들이 '해머'와 함께 하는 여정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14~16일 LG아트센터 서울, 21~22일 부산문회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