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인 영화 에세이 ‘죽지 않는 시인의 영화’ 출간

2025-11-11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시적인 영화 에세이, 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영화적인 시집이 될 책 ‘죽지 않는 시인의 영화’ (지은이 강정 펴낸곳 블란서책방)가 출간이 됐다.

시인이자 음악가인 저자는, 세상의 빛보다 어둠에서 더 선명하게 타오르는 영화들의 초상을 에세이로 써 내려간다.

영화가 남긴 진동과 침묵을 붙잡는 저자에게 영화의 모든 장면은 몸으로 기록된다. 꿈처럼, 혹은 고백처럼. 그에게 영화란 체험에 가깝다.

타르코프스키 ‘거울’을 시작으로, 줄랍스키의 ‘포제션’, 레오 카락스 ‘홀리 모터스’를 비롯해 유럽과 할리우드의 장르 영화들 그리고 한국 영화 ‘발레리나’를 거쳐 마침내 ‘조커’에 이르기까지, 그가 선택한 영화들은 모두 인간의 내면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어둠의 이야기들이다.

“세상에도,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속에도 ‘어둠’은 항상 존재한다는 근본 사실을 상기”하며 그 어둠 속에서 인간 존재의 상처, 욕망, 구원, 사랑을 시인의 언어로 다시 써 내려간다.

독자는 어느 순간, 스크린이 아니라 거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에 수록된 영화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킬러, 조커, 괴물, 혁명가, 정신병자다. 이들은 사회의 정상 테두리 밖에 있거나, 그 테두리 자체의 모순을 폭로한다.

영화라는 매체 본질을 “어둠을 먹고 사는 물질적 환영”으로 정의하는 저자에게 ‘어둠’은 단순한 물리적 암흑을 넘어서 현실이 감추고 있는 것, 진짜 현실을 숨기고 있는 베일이며 영화는 그 어둠 속에 빛을 비추어 인간의 얼굴을 다시 본다.

‘죽지 않는 시인의 영화’에는 영화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잔광과 여운, 그 흔적이 한 편의 시처럼 놓여있다. 타르코프스키 ‘거울’ 보고 저자는 “거울은 고요한 평면이나 그 안엔 온갖 시간과 사물과 사람의 잔영들로 요란스럽다. ‘사랑’을 비추면 ‘증오’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슬픔’을 던지면 ‘욕망’이 반사되기도 한다”고 기록했다. 저자는 영화 자체를 거울로 본다. 거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우리 내면의 가장 어두운 부분과 맞닥뜨리는 것이다.

‘조커’와 ‘조커: 폴리 아 되’에 대한 두 편의 글은 광기를 다루며 이 책의 핵심을 보여준다. 조커는 “사회적 인습 바깥으로 배제되어야 할 존재”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사회적 인습과 규율 및 편견 등을 뒤엎는 예상치 못한 대중적 역린”이다. 관객을 향해선 더욱 급진적으로 선언한다. “거기, 판결의 총신을 겨누며 슬며시 웃거나 화내고 있는 자, 당신 또한 조커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일관된 주제를 반복하면서 명확해지는 것은 “영화 자체가 조커”라는 저자의 깨우침이다. 영화는 관객을 유혹하고, 허구로 현실을 뒤바꾸며, 스스로 가면을 쓴다. 영화가 보여주는 환상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지배한다. 더 나아가 이현실 자체가 영화처럼 작동한다.

영화와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것은 무대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펑크록 대부 이기 팝의 삶과 음악을 다룬 짐 자무시 다큐멘터리 ‘김미 데인저’를 보며 자본주의 사회의 절박한(?) 문제들을 새로운 각으로 예리하게 설파하기도 한다.

“영화는 망상의 거울이고, 그 거울은 결국 나 자신이다”라고 정의하는 필자는 스크린 위 죽지 않는 영혼들의 이야기 속에서 ‘죽지 않는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책 곳곳에 투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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