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개봉한 윤가은 감독의 신작 <세계의 주인>이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4주 차 누적 관객 수가 9만 명을 넘어섰다. 조만간 1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극장가의 깊은 침체, 1만 관객만 들어도 흥행으로 여기는 독립영화계 상황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세계의 주인>은 10일 기준 누적 관객 수 9만2108명을 기록했다. 개봉 4주 차임에도 박스오피스 6위에 올라있을 뿐 아니라, 좌석판매율도 두 자릿수를 넘겼다. 상영관이 축소된 상황에서 오히려 좌석판매율은 상승추세다.
<세계의 주인>은 섬세한 청소년 서사를 다뤄 온 윤가은 감독의 3번째 장편영화로, 열여덟 여고생 ‘주인’이 전교생이 참여한 서명운동을 홀로 거부한 뒤 의문의 쪽지를 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 감독의 전작 <우리들>(2016)과 <우리집>(2019)은 각각 5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세번째 영화로 전작들의 흥행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개봉한 독립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누적 관객수 11만8094명을 동원하며 흥행했는데, <세계의 주인>이 이 기록을 넘을지도 관심이다.

흥행의 원동력은 강력한 입소문에서 나왔다. <세계의 주인>은 SNS와 영화 커뮤니티에서 ‘요즘 난리난 영화’로 통한다. 대규모 홍보나 스타 마케팅, 엄청난 반전이 있는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봉 직후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극찬이 이어지며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아무 정보도 찾아보지 말고 보라”는 ‘노(No) 스포일러 챌린지’도 유행처럼 번졌다. 개봉 전 윤가은 감독이 “중심인물과 사건에 대한 핵심 정보를 모른 채 볼 때 더 큰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며 주인공이 과거에 겪은 일을 리뷰로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것이 계기였다. 줄거리 정보와 구체적인 감상 공유가 제한된 채 관람이 권장되자 오히려 관객들 사이에서 궁금증이 커지며 흥행에 기세를 더했다.
관객뿐 아니라 동료 영화인들의 응원과 ‘샤라웃(Shout-out, 공개적 지지)’도 힘을 보탰다. 영화 <얼굴>로 <세계의 주인>과 함께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은 “보법이 다른 윤가은 감독님의 걸작”이라는 호평을, 배우 박정민은 “엄청난 것이 나와버림”이라는 감상평으로 기대를 자아냈다.

<세계의 주인>의 흥행은 한국 영화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좋은 영화의 힘’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작 <우리들>과 <우리집>에서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아이들의 우정과 혼란을 섬세히 담았던 윤 감독은 이번엔 10대 후반 고등학생들에게 렌즈를 드리웠다. 관계의 균열, 가정 문제, 폭력과 상처 등 아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특유의 섬세함과 깊이 있는 시선이 관객의 마음을 붙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례적 흥행에 힘입어 윤 감독의 2013년 단편영화 <콩나물>이 12일부터 전국 CGV아트하우스에서 상영된다. ‘콩나물’은 할아버지 제삿날, 나쁜 엄마 대신 콩나물을 사기 위해 생애 처음 집밖으로 홀러 나선 일곱 살 소녀 보리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같은 날 봉준호 감독이 참여하는 <세계의 주인> 관객과의 대화(GV)가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리며 흥행의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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