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름 등 고스란히 노출돼
모르는 새 SNS 외모평가 피해
중고거래 빈번… 범행 우려 키워
교원 39%가 “사진 넣지 말아야”
상당수 학교 동의 없이 제작해
“학생 시절 추억이 걱정거리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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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30대 교사 김모씨는 과거 한 학생과 찍은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것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해당 게시물의 댓글 창에 김씨의 외모를 평가하는 반응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뒤로 김씨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졸업 시즌을 앞두고 학교에서 찍는 졸업앨범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김씨는 “졸업앨범에 교사의 사진이 들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며 “나만 찍지 않겠다고 하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졸업식이 한창인 학교 현장에서는 졸업앨범 촬영을 꺼리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졸업하는 학생을 위해 교사나 학교 관계자 등이 촬영한 사진을 졸업앨범에 담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지만, 지난해 학교 현장에서 딥페이크(영상합성) 기술을 이용한 성범죄가 확산하자 졸업앨범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여전히 대다수의 학교에서는 졸업앨범에 교사의 사진을 넣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동의를 받는 학교도 있는데, 상당수의 학교는 동의 절차 없이 앨범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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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교사들은 최근 성행하는 딥페이크 범죄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딥페이크 여파 졸업앨범 제작 등 실태 파악 교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대다수인 93.1%(3294명)가 딥페이크 등 범죄에 졸업앨범 사진이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원 3537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및 PC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졸업앨범에 교원 사진은 어느 범위까지 넣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 중 49.8%(1710명)가 ‘희망자에 한해 넣어야 한다’고 답했다. ‘모두 넣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도 38.7%(1328명)에 달했다. 또 졸업앨범 제작 필요성에 대한 물음에는 67.2%(2378명)가 ‘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했다. ‘제작해야 한다’는 응답은 32.8%(1159명)에 그쳤다.
설문조사 결과 앨범에 사진을 넣을 때 교사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 응답자의 46.9%(1609명)는 ‘개인, 단체 사진 모두 사전 동의나 희망 여부를 묻지 않는다’고 했다. 42.3%(1452명)가 ‘모두 동의받는다’고 답했고, 10.8%(372명)는 ‘개인 사진만 동의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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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 유모(31)씨는 “재직 중 졸업앨범을 제작하면서 동의서를 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사진 등의 개인정보가 악용되지 않을까 항상 걱정된다”면서도 “문제 제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졸업앨범이 학생들에게 추억이 된다는 분위기가 강한데, 당장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걱정만으로 이를 문제 삼긴 어렵다는 것이다.
경북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30대 교사 황모씨는 “우리 학교는 동의하지 않는 교직원은 단체 사진 촬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졸업생인 6학년 담임 교사는 제외됐다”며 “다른 학교 교사들은 회의 때 딥페이크 범죄가 걱정된다며 사진을 넣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냈지만, 교장 선생님이 ‘그래도 들어가는 게 맞지 않겠냐’고 해서 결국 넣었다더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졸업앨범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기도 하면서 교사는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도 졸업앨범이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반응이 나온다. 인천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모(19)양은 “졸업을 기념하기 위해 졸업앨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내 사진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닐까 무서운 마음도 있다”고 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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