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이 실적 부진 속에서 글로벌 시장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소비심리 위축과 기후 변화로 인한 패션업계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섬은 글로벌 시장 진출과 화장품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 1조4853억 원, 영업이익 63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2.8% 감소, 영업이익은 36.8% 급감한 수치다.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소비심리 둔화 ▲이상고온으로 인한 가을·겨울 시즌 아우터 판매 저조 ▲패션 업계 경쟁 심화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이 있다.
특히 한섬은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만큼,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고급 브랜드를 주력으로 하는 한섬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했다.
한섬 관계자는 "지난 4분기 이상 기후로 인해 고가의 F/W 시즌 아이템 판매가 저조한 결과"라며 "올해는 경영 효율화를 지속 추진하는 동시에 글로벌 패션 시장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실적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섬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5년 가을·겨울 시즌을 앞두고 프리미엄 여성복 브랜드 '타임(TIME)'은 이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패션위크 기간 중 단독 프레젠테이션 'TIME PARIS'를 개최했다. 이번 컬렉션은 'A DRIVE BACK TO CHILDHOOD'를 콘셉트로, 회사는 자연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모티브로 한 200여 개의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번 파리 패션위크 참가를 통해 한섬은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바이어들과의 접점을 확대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 행보로 풀이된다.
패션업계에서 뷰티 사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섬 역시 기존의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OERA)'를 운영 중이며, 최근 신규 화장품 브랜드 론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코스메틱 사업을 총괄할 팀장급 인력을 채용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 상태다.
또한, 한섬은 자회사 한섬라이프앤을 흡수합병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뷰티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패션과 화장품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방침이다.
한섬 관계자는 "지난 8월 한섬라이프앤의 잔여 지분(49%)을 확보한 데 이어, 뷰티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며 "앞으로 보다 빠른 의사 결정과 전략적 투자를 통해 뷰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섬은 2030년까지 연매출 2조 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자체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해외 패션 포트폴리오 확대 ▲뷰티·라이프스타일 영역 확장 등의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 등의 외부 요인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브랜드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고, 화장품 사업과의 시너지를 실적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향후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섬은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확장과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패션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브랜드 인지도를 효과적으로 높이고, 해외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뷰티 사업이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도 향후 실적 반등의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올해 한섬이 글로벌 시장과 신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지난해 6월 파리에 첫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시스템 파리'를 오픈, 글로벌 전용 라인 제품을 비롯한 의류·잡화 총 400여 종을 선보이며 연간 목표 매출의 130%를 달성했다"며 "전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를 글로벌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아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함께 영업망을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뉴욕 기반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Kith'의 첫 국내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을 비롯해 미국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 '리던', 70년 전통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아뇨나'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 니즈에 맞는 다양한 해외 패션 브랜드를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