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중심잡고, 김선희가 매니지먼트···진화하는 SK 이사회

2025-03-27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이 SK㈜ 이사회 의장으로 발탁되면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지배구조 최정점의 회사에서 SK그룹 사상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이 탄생한 데다 그 주인공이 다른 대기업을 책임지는 재계 인사여서다.

외부에선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최태원 그룹 회장의 철학이 결과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SK의 기업 문화가 한층 진화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 이사회는 전날 정기 주주총회 직후 회의를 열고 김선희 사외이사를 새 의장으로 선출했다.

이에 따라 김선희 이사는 6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염재호 의장의 뒤를 이어 SK㈜ 이사회를 이끌게 됐다. 안건을 결정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이사들 간 의견을 조율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김선희 이사(1964년생)는 유업계에서 손꼽히는 '재무통' 최고경영자다. BNP파리바그룹, 크레디아그리콜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금융사를 거치며 역량을 쌓았고, 2009년 재경본부장(전무)으로 매일유업에 합류한 뒤 경영 효율화를 주도하며 회사의 성장에 기여했다. 커피 전문점 '폴바셋'을 키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2023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아울러 김선희 이사는 매일유업 오너일가의 일원이기도 하다.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의 사촌 동생인데, 현재 매일유업 주식 3만8349주(지분율 0.49%)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의장 선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 기인한다.

특히 SK㈜ 이사회에서 여성이 의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기업 내에서 극히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업 경영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하려는 SK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재계는 평가한다. 김선희 이사는 2021년 SK에 합류할 때도 첫 여성 사외이사라는 기록을 쓴 바 있다.

이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과도 맥을 같이 한다. 평소 최 회장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조직의 다양성을 확보해야만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2023년 신임 임원과의 대화'에서도 그는 다양성은 조직의 생산 효율을 20~30% 가량 끌어올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신임 임원 중 여성 비율이 7% 수준인 것을 놓고도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SK의 노력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최 회장은 글로벌 기준을 뛰어넘는 이사회 중심 경영 체계를 구축하자며 줄곧 혁신을 주문했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서 인정받아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일환으로 2021년엔 구체적인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겼다. 인사위원회와 ESG 위원회를 신설해 이사회 기능을 세분화하고 감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SK㈜의 경우 2019년부터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직을 맡겼다.

최 회장 역시 2016년 경영에 복귀한 뒤 이사회 의장까지 동시에 책임졌으나, 2019년 임기가 만료되자 더 이상 의장직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마찬가지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면서도 SK는 다른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데 따른 이해상충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도 각별히 신경을 쏟고 있다. 일례로 SK와 매일유업은 과거 대체 유단백질 개발과 멸균팩 재활용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김선희 부회장의 이사회 참여를 고려해 공동 사업 추진을 미루고 있다는 전언이다.

SK㈜ 관계자는 "염재호 의장의 퇴임과 맞물려 후임자를 고민하던 중 현장의 경영 감각이 살아있는 현직 전문 경영인을 의장으로 선출한 것"이라며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