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 결과, 조사 대상인 278개 사업장 가운데 무려 275곳에서 초과근무, 임금체불, 근로시간 위반 등 1000건이 넘는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 사실상 조사받은 대부분의 사업장이 법을 어겼다는 점이 충격을 넘어 구조적 병폐다.
적발 내용은 단순한 행정 위반이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과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미지급은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법 행위다. 미지급된 임금과 퇴직금 규모만 16억 8000만 원에 달한다. 많은 노동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일해 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특히 기간제·외국인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차별과 불이익을 겪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납품기한 압박과 저비용 경쟁에 매달리는 산업 구조, 법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일부 기업의 안일한 태도에 있다. 생산성과 이윤만을 앞세운 경영 관행이 결국 노동자의 권리를 희생시켜 유지돼 온 셈이다. 이는 노동자의 피해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지역 제조업 경쟁력 자체를 갉아먹는 자충수다. 건강한 산업 생태계는 정당한 보상과 안전한 근로 환경을 기반으로 구축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노동청은 시정지시와 '일터 혁신 상생 컨설팅' 등 개선책을 내놓았다. 현장 개선은 일시적 처방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철저한 후속 감독과 반복 위반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근로자 권리 보장, 법 준수가 '손해'가 아닌 기업 신뢰와 경쟁력 제고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노동 없는 성장은 없다. 이번 사태를 뼈아픈 경고로 받아들이고, 노동 존중을 토대로 한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